에그 -유계영 에그 유계영 깃발보다 가볍게 펄럭이는 깃발의 그림자 깃에 기대어 죽는 바람의 명장면 새는 뜻하지 않게 키우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알아서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창밖의 무례하 아침처럼 그러니까 다가올 키스처럼 어떻게 두어도 자연스럽지 않은 혀의 위치처럼 새는 뜻하지 않..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6
예보- 임솔아 예보 임솔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오다고 전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5
물이 묻는다 물이 묻는다 당신은 고요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떤 고요를 원하시는지 자잘한 소란쯤 무시할 수 있는 배포는 가졌는지 이를 테면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소란 같은 것 지나가는 비가 난간을 두드리는 간격 사이의 정적 산그늘 아래로 어둠이 밀려올 때 심장의 두근거림 같은 .. poem/時雨의 시 2019.02.28
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저물도록 문을 두드리는 저 소리, 바람에 자작나무가 우는 소린 줄 알았다 눈을 가지에 얹고 그렁그렁 우는 걸 봐버렸으니, 그 눈물을 닦아주는 밤 눈(雪)물 떨어지는 소리도 밤에 묻혔다 모두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 고요가 둥지를 튼다 이 고요는 소리들의 비명 .. poem/時雨의 시 2019.02.28
시집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그리고 거북이와 새-박서영 거북이와 새 박서영 당신 등에는 여전히 파먹을 게 많아 사랑도 슬픔도 당신 등에 다 쏟아진 것 같아 딱딱하게 감춰두었지만 난 그것을 알기에 상신을 떠나지 않아 당신 등에 피멍이 난다면 내가 구름으로 덮어 줄거야 -박서영시인의 유고시집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를 받았다. 그..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28
질문의 시- 파블로 네루다 10 폴란드 사람들은, 오는 백 년 동안 내 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 피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내 시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맥주에서 흘러내리는 거품을 우리는 어떻게 측량할까? 페트라르카의 한 소네트 속에 갇혀있는 파리는 뭘 할까? - 그러게,,,, 내 피를 만져본 적 없는 ..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27
부채, 말라르메 부인의- 말라르메 부채 - 말라르메 부인의 말라르메 하늘에서 퍼덕거림만으로 언어를 향해 일격을 가하듯, 미래의 시구는 그렇게 귀중한 고향으로부터 풀려 나온다 날개, 아주 그윽이, 사자使者, 이 부채 만일 이것이 그것이라면 너 뒤에서 어떤 거울을 빛나게 한 바로 그것이라면 매우 밝게( 그곳에서 도..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13
성녀(聖女)들 - 말라르메 성녀(聖女)들 말라르메 창가에서 그것은 한때 플루트나 만돌라와 함께 빛났던 비올라의 금빛을 상실한 낡은 백단을 숨기고 있다 창백한 성녀, 그녀는 낡은 성모마리아의 송가집을 펼쳐들고 있다, 그 송가는 한때 해거름의 기도에 따라 졸졸 흘러나오던 것이지, 성체현시대의 이 유리창 ..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13
취한 배 취한 배 랭보 나는 도도한 강물을 따라 내려갈 때, 나는 예인자들이 날 인도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떠들썩한 인디언들이 그들을 깃발 기둥에 발가벗겨 묶은 뒤 과녁으로 삼아버렸다 플랑드르 밀이나 영국 목화를 나르는 나는 선구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예인자들과 동시에 ..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01
감각- 랭보 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람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