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민들레- 서영처 경고, 민들레 서영처 지난 겨울 매설했다 초록이 톱니를 두른 밟히고 밟혀 문들어진 문들레 민들레 잔디밭 가로지르는 발꿈치 뒤로 수백 개 해가 뜬다 째깍, 째깍, 조심해라! 밟으면 터진다, 노-란 발목을 날려버리는 대인 지뢰 하늘에도 피었다 흰구름 폭발하는 곳 꽃, 절름거린다 목발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30
페르데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몇편 작별 페르데코 가르시아 로르카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사내아이가 오렌지를 먹고 있군 (발코니에서 나는 그를 볼 수 있으니) 농부가 밀을 거두고 있군 (발코니에서 나는 그를 들을 수 있으니)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팔월 팔월 대위법 설탕과 복숭아 그리고 과일에 있..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26
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문인수 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문인수 이곳 패션센터 건물 앞, 붉은 대리석 조각 매끈한 상단에 이 무엇이, 왠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입가가 노란 참새 새끼 한 마리 가 반듯하게 죽어 있다. 돌에 싹터 파닥거린 새의 날개가 허공에 눌려, 그리하여 끊임 없이 돌에 스미는 중인지, 가슴의 보드라운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24
태양 중독자-이은림 태양 중독자 이은림 태양을 섬기는 중이다 장엄한 빛들을 쏘아대며 돌고 도는 저것에게 환장하는 중이다 한 번도 나를 향한 적 없는 태양에게 사육당하는 중이다 감염되는 중이다 엉겨붙는 중이 다 한 번도 나를 호명한 적 없는 태양에게 부글부글 대드는 중이다 막무가내 달려드는 중이..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22
아나키스트 트럭1-허연 아나키스트 트럭 1 허연 슬픈 사람들이 트럭을 탄다. 트럭은 정체에 걸릴 때마다 힘겹게 멈췄다. 정체가 풀리면 트럭은 부식 된 하체 어디선가 슬픔을 흘리며 느리게 움직였다. 트럭에 올라탄 사람들이 두 손으로 신을 그려보지 만 이내 슬품이 신을 덮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 에겐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21
겨울 어스름- 이윤학 겨울 어스름 이윤학 물가 갯버들가지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 물살에 찢긴 검은 비닐봉지 겨울 어스름 바람결에 찢긴 검은 비닐봉지 갈래 나부낀다 짚단이 깔린 마늘 밭을 죽어라고 뛰는 강아지들 꺼칠한 털이 살에 눕는다 트림을 달고 귀가하는 교현이 아버지 불콰한 얼굴을 할퀴는 바람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9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이윤학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이윤학 오른손 검지 손톱 밑 살점이 조금 뜯겼다. 손톱깎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 분홍 피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찔끔하고 조금 있으니 뜨끔 거렸다. 한참 동안 욱신거렸다. 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벌써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뜯긴 살점을 통..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9
빨래줄- 서정춘 빨래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며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7
비 맞는 운동장- 황유원 비 맞는 운동장 황유원 비 맞는 운동장을 본 적이 있는가 단 한 방울의 비도 피할 수 없이 그 넓은 운동장에서 빗줄기 하나 피할 데 없이 누구도 달리지 않아 혼자 비 맞는 운동장 어쩌면 운동장은 자발적으로 비를 맞고 있다 아주 비에 환장을 한 것처럼 혼자서만 비를 다 맞으려는 저 사..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6
루마니아 풍습- 황유원 루마니아 풍습 황유원 루마니아 사람들은 죽기 전 누군가에게 이불과 베개와 담요를 물려준다고 한다 골고루 밴 살냄새로 푹 익어 가는 침구류 단단히 개어 놓고 조금 울다가 그대로 간다는 풍습 죽은 이의 침구류를 물려받은 사람은 팔자에 없던 불면까지 물려받게 된다고 한다 꼭 루마..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