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교실- 최정진 인간의 교실 최정진 시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액자를 걸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태우지 않고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처럼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다 모두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 이곳은 고통의 원인을 네게서 찾지 않는 세계다 -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3
책상- 손미 책상 손미 책상다리를 끌고 왔어 웅크리고 앉아 흰 과일을 빗질하는 밤 나무 책상과 내가 마주 본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잡아먹히게 될 거야 책상이 걸어와 내 귀퉁이를 핥는다 그래. 이토록 그리운 맛 나를 읽는 책상 이빨 내 몸에서 과즙이 흘러 우리는 맨몸으로 뒤엉킨다 네 위에 엎..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2
컵의 회화- 손미 컵의 회화 손미 한 번씩 스푼을 저으면 내 피가 돌고 그런 날 안 보이는 테두리가 된다 토요일마다 투명한 동물로 씻어 엎으면 달의 이빨이 발등에 쏟아지고 난간을 따라 걷다 깊은 곳에서 녹색 방울이 튀어 오른다 살을 파고 모양을 그리면서 백지 위의 젖은 발자국은 문고리가 된다 다른..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2
배틀그라운드, 사막맵- 문보영 배틀 그라운드 -사막맵 추락으로 시작한다 추락하지 않는 인간은 게임 참여 의사가 없는 것을 취급한다 뛰어내려 곧 깨 어날 거야 너는 추락하는 자를 깨어나는 자라고 부 른다 햇볕 아래 놓인 벽돌색 헤드셋을 끼고, 네 마 리의 말이 달리는 옷을 입은 네가 웃으며 말한다 너, 송경련은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0
붉은 달-유병록 붉은 달 유병록 붉게 익어가는 토마토는 대지가 꺼내놓은 수천개의 심장 그러니까 붉은 달이 뜬 적이 있었던 거다 아무도 수확하지 않는 들판에 도착한, 이를테면 붉은 달이라 불리는 자가 제단에 올려놓은 촛불처럼, 자신이 유일한 제물인 것처럼 어둠속에서 빛났던 거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9
내가 없는 세계- 송승언 내가 없는 세계 송승언 초기계를 생각한다 인간을 만들었다 여겨지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인간의 운명으로는 감당하지 못한 기계 장치의 세계 죽은 꽃나무 기계는 인간에 의해 생간된다 신이 스스로가 신임을 견딜 수 없을 때 신이 의심되었듯이 기계 스스로가 기계임을 견딜 수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9
내 영혼을 먼저 끌어내 줘요- 송승언 내 영혼을 먼저 끌어내 줘요 송승언 나의 말을 기다리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기 전에 천국에 묶여 있는 개를 만나기 전에 올해의 첫눈이 내리기 전에 두 눈동자가 새하얗게 뒤덮이기 전에 입술 사이로 더운 숨결이 들어오기 전에 당신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기 전에 최종 단어를 발음하기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9
주동자- 김소연 주동자 김소연 장미꽃이 투신했습니다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유리처럼 깨진 꽃잎 조각을 줍습니다 모든 피부에는 무늬처럼 유서가 씌어 있다던 태어나면서부터 그렇다던 어느 농부의 말을 떠올립니다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나는 장미의 편입니다 장미전선 반대를 외치던..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7
동행- 양안다 동행 양안다 걷고 걸어도 두 사람을 쫓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씨를 예쁘게 쓸고 하다 보면 언젠가 꽃을 그리게 될 거라 믿었지만 함께 걷는다는 건 어깨를 부딪치는 일일까 내 이름의 의미와 꽃말을 베껴 적으며 여름 꿈속에서 나를 닮은 아이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7
오리털파카신-문보영 오리털파카신 문보영 신이 거대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다 인간은 오리털 파 카에 갇힌 무수한 오리털들, 이라고 시인은 쓴다 이따금 오 리털이 빠져나오면 신은 삐져나온 오리털을 무신경하게뽑 아 버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한다 오리털 하 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죽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