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

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shiwoo jang 2019. 2. 28. 14:14

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저물도록 문을 두드리는 저 소리,

바람에 자작나무가 우는 소린 줄 알았다

눈을 가지에 얹고 그렁그렁 우는 걸 봐버렸으니,

그 눈물을 닦아주는 밤

눈(雪)물 떨어지는 소리도 밤에 묻혔다

모두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

고요가 둥지를 튼다

이 고요는 소리들의 비명

가끔 가만히 숨죽여 걸어 나오다 들켜

제풀에 흠짓 놀라 달아나기도 한다

이 적요가 좋으면서 싫은 나는

가끔 소리를 만들어 낸다 문 닫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컵 내려놓은 소리 글 쓰는 소리

가끔은 연필로 톡톡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 몸 속에 고요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흘러나온 고요는

추운 나라에서 온 이방인처럼 서성인다

뚝뚝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는다

그리하여 나는 자정이 될 때까지

그 눈물에 귀 기울이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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