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디흰- 서윤후 희디흰 서윤후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얼룩을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하게 애어른 같은 아이를 키우는 집은 행복할 것 같다고 옆집 사람은 어머니에게 말했다 공사장에 다녀온 사람은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에도 검은 발바닥은 검은 발바닥이었다 더러워도 더럽다고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8
양파 공동체- 손미 양파 공동체 손미 그러니 이제 열쇠를 다오 조금만 견디면 그곳에 도착한 다. 마중 나오는 싹을 얇게 저며 얼굴에 쌓고 그 아래 열 쇠를 숨겨 두길 바란다. 부화하는 열쇠에게 비밀을 말하는 건 올바른가? 이제 들여보내 다오 나는 쪼개지고 부서지고 얇아지는 양파를 쥐고 기도했다. 도착..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7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 위를 걷고 있었네 늘 그랬듯이 이제, 저 귀퉁이를 돌면 검은 바위 검은 바위 뒤 나무 의자 그것은 사방무늬를 그리는 아가씨의 것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곧 쏟아질 것 같은 목을 달고 잘못 타서, 고향에 가다가, 몸을 잘못 타서 검은 빨간 무늬 위를 걷고 있다네..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7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막대그래프를 그리며 춤추는 도시 OMR카드의 정 답과 오답처럼 불 켜진 창과 불 꺼진 창, 강약이 교 차하는 거대한 스피커, 뿜어내는 음향이 밤 벚꽃처 럼 흐드러진다 칸칸마다 칸타빌레 털 뻣뻣한 시궁쥐가 옥수수자루 같은 빌딩을 컴, 컴, 갉아먹는 동안 기슭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6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은 구름 냄새를 피운다 구름부족은 내 이 불 속으로 시 속으로 함부로 드나든다 구름부족은 유목민, 국경을 넘나드는 무국적자들, 족장은 부족 을 거느리고 바람과 태양이 다스리는 붉은 가의 골 짜기에 머문다 천막을 치고 피리를 불고 살찐 양떼 구름이 흩어..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6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저녁 강가에 배 두 척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저것은 망자가 벗어놓은 신이다 저 신을 신고 걸어가서 수심이 내비치지 않는 강의 수면을 두드린다 거기엔 사공도 없이 홀로 산으로 간 배들을 모아서 깨끗이 닦아 내어주는 구두닦이가 계신가 산중턱에 앉아서 아래 강..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5
공기, 익명에게-민구 공기 -익명에게 민구 그 어디에도 나만의 것은 없다 나의 이름, 내 목소리 죽은 거리를 애도하는 악사 그리고 너에게 바치는 유일한 시 멀리 있는 네게 편지를 쓴다‘ “ 오늘 아침 바다에서 잡은 도미는 본래의 색을 잃고서 죽어버렸네 누군가의 시 그의 날렵한 문장에 의해” 너의 이름..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5
차단기 기둥 곁에서- 서대경 차단기 기둥 곁에서 서대경 어느 날 나는 염소가 되어 철둑길 차단기 기둥에 매여 있 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염소가 될 이유가 없었으므 로, 염소가 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라 생각했으나, 한없이 고요한 내 발굽, 내 작은 뿔, 저물어가는 여름 하늘 아래, 내 검은 다리, 내 검은 눈,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4
닌자- 서대경 닌자 서대경 검은 복면의 사내가 나의 머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달빛 깔 린 기와지붕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머리를 필요 로 하는 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욕조 차 나오지 않았다, 이봐, 대체 누가 날 죽이라고 했고? 복면 의 사내는 말없이 처마를 타넘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4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마주친 사람도 있는데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로 생각 이 가득하다 그를 보는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외면하는 것이 선행도 악행도 아니다 환멸은 차갑고 냉소가 따스해서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들과 내렸다 돌아보면 버스..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