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예보- 임솔아

shiwoo jang 2020. 3. 5. 08:29

예보



              임솔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오다고 전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다


이곳은 얼마나 많은 날씨들이 살까


뙤약볕이 떨어지는 원동력과 새까많게 우거진 삼나무 숲과


가장자리붙 얼어가는 저수지와 빈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노인과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못된 사람이라는 말과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시제로 점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선의는 잘 차려 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 밖으로 민다


오늘 날씨 좋다



                             _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문학과 지성


-오늘 날씨도 좋았으면, 어제는 바람불고 추웠으니...

그리하여 우리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