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강 환상곡- 램스턴 휴즈 할렘강 환상곡 램스턴 휴즈 새벽 두 시, 홀로 강으로 내려가 본 일이 있는가 강가에 앉아 버림 받은 기분에 젖은 일이 있는가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본 일 있는가 이미 죽은 어머니, 신이여 축복하소서 연인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그 여자 태어나지 말았었기를 바란 일이 있는가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3
봄- 이윤학 봄 이윤학 흰나비가 바위에 앉는다 천천히 날개를 얹는다 누가 바위 속에 있는가 다시 만날 수 없는 누군가 바위 속에 있는가 바위에 붙어 바위의 무늬가 되려 하는가 그의 몸에 붙어 문신이 되려 하는가 그의 감옥에 날개를 바치려하는가 흰나비가 움직이지 않는다 바위 얼굴에 검버섯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10
시론- 서정주 시론 서정주 바다 속에서 전복 따 파는 제주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 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 둔단다 시의 전복들 제일 좋은 건 거기 두어라 다 캐어내고 허전하여서 헤매이리요? 바다에 두고 바라 바래며 시인인 것을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9
우륵- 고영민 우륵 고영민 1 가얏고라고 했다 사내는 그 악기를 강물에 버린 지 이 미 오래다 푸른 공명반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열두 줄, 칼로 그 줄을 차례로 끊고 통째로 강물에 던져버렸다 줄 마다 기러기발을 받쳐놓은 흐린 강물이 거듭 소리의 새 옷을 입고 태어난다 마주한 한 곡조가 긴 꼬리지..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8
모과불- 고영민 모과불 고영민 설풋한 모과 하나를 주워다가 책상에 올려놓았다 저 흉중에도 들고나는 것이 있어 색이 돋고 향기가 났다 둥근 테두리에 들어있는 한켠 공중 가끔 코를 대고 흠, 들이마시다보면 어릴 적 맡은 어머니 겨드랑이 냄새가 났다 모과의 얼굴 한쪽이 조금씩 썩기 시작했다 모과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8
달팽이 약전- 서정춘 달팽이 약전 서정춘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낸 둥글고 아 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 없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젖은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생이 있었다.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8
의문들- 심보선 의문들 심보선 나는 즐긴다 장례식장의 커피처럼 무겁고 은은한 의문들을: 누군가를 정성들여 쓰다음을 때 그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서글플까 언제나 누군가를 환영할 준비가 된 고독은 가짜 고 독일까 일촉즉발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삶은 전체적으로는 왜 지루할까 몸은 마음을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4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이정록 백 대쯤 주고는 엉덩이를 얻어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3
거리에서- 이원 거리에서 이원 내 몸의 사방에 플러그가 빠져나와 있다 탯줄 같은 플러그들을 매단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비린 공기가 플러그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몸 밖에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간다 세계와의 불화가 에너지인 사람들 사이로 공기를 덧입은 돌들이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3
공중- 송재학 공중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 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 리고 있다 비에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 놓으니 허공이란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목덜미와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리와 흰 밤 의 영혼이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