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아침 - 장시우 누가 매달아 놓았나 저 무수한 별 사이 어둠은 전선에 걸린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직 떨고 있는 몇 잎 남은 나뭇잎은 어떤 생각을 할까 뛰어내릴까 말까 길 위에서 납작해진 뱀은 사위어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꿈, 어떤 바람이 꿈처럼 다가갈 수 있을까 이제 그만 내려가도 될까 -장시우 시집 (걷는사람) 한겨레 신문 시인의 마을 2월 4일자 poem/時雨의 시 2022.03.01
물이 묻는다 물이 묻는다 당신은 고요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떤 고요를 원하시는지 자잘한 소란쯤 무시할 수 있는 배포는 가졌는지 이를 테면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소란 같은 것 지나가는 비가 난간을 두드리는 간격 사이의 정적 산그늘 아래로 어둠이 밀려올 때 심장의 두근거림 같은 .. poem/時雨의 시 2019.02.28
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저물도록 문을 두드리는 저 소리, 바람에 자작나무가 우는 소린 줄 알았다 눈을 가지에 얹고 그렁그렁 우는 걸 봐버렸으니, 그 눈물을 닦아주는 밤 눈(雪)물 떨어지는 소리도 밤에 묻혔다 모두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 고요가 둥지를 튼다 이 고요는 소리들의 비명 .. poem/時雨의 시 2019.02.28
꽃 핀 자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꽃 핀 자리/장시우 2009-12-26 26면 기자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자의 블로그 보기 --> 초록하게 고개 내민 새것들이 몸을 부풀리자 갑자기 수런거림으로 어수선해진 산길을 걸으면 작년 이맘때 나뭇가지에 걸쳐둔 뜬소문 하나 슬쩍 말을 건다 수런수런 숲이 흔들리자 일제.. poem/時雨의 시 2009.12.28
섬강에서 섬강에서 열리지 않는 섬 꽃망울을 피어 올린 몸짓은 힘겹다 눈뜨지 못할 아침이 찾아와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햇귀는 그늘을 지운다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풀꽃은 잠시 흔들렸다 가슴깊이 물이 스며 들숨 날숨이 뒤섞인 섬강은 뿌리 속으로 물이 들었다 물떼새 날갯짓 따라 흐른다 눈감으면 발목에 .. poem/時雨의 시 200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