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산책일기- 수곡마을의 일요일 다시 일요일입니다. 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날이 그날 같은 일요일입니다. 오늘 날씨는 맑음, 쾌청 그러나 바람 바람 바람... 하늘이 맑으니 뭉게구름 또한 만져질 듯 몽글몽글한데,,,,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구름이 달아나는 모습이... 단거리 달리기 하는 줄 알았어요. 얼마나.. with photo/소소한 일상 2020.03.15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저녁 강가에 배 두 척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저것은 망자가 벗어놓은 신이다 저 신을 신고 걸어가서 수심이 내비치지 않는 강의 수면을 두드린다 거기엔 사공도 없이 홀로 산으로 간 배들을 모아서 깨끗이 닦아 내어주는 구두닦이가 계신가 산중턱에 앉아서 아래 강..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5
공기, 익명에게-민구 공기 -익명에게 민구 그 어디에도 나만의 것은 없다 나의 이름, 내 목소리 죽은 거리를 애도하는 악사 그리고 너에게 바치는 유일한 시 멀리 있는 네게 편지를 쓴다‘ “ 오늘 아침 바다에서 잡은 도미는 본래의 색을 잃고서 죽어버렸네 누군가의 시 그의 날렵한 문장에 의해” 너의 이름..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5
담양산책일기- 용대리 마을 고샅길 오늘은 맑음, 맑음도 그냥 맑음이 아닌 아주 쨍하게 맑은 날입니다. 바람도 제법 불어 걸어도 땀 한 방울 나지 않았어요. 오늘은 홀로가 아닌 둘이서 산책을 나섰습니다. 함께 창작실에 머무는 언니 작가와 함께였어요. 언니 작가는 무릎 인대가 끊어져 많이 걷질 못해요. 그래서 평지로만..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14
차단기 기둥 곁에서- 서대경 차단기 기둥 곁에서 서대경 어느 날 나는 염소가 되어 철둑길 차단기 기둥에 매여 있 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염소가 될 이유가 없었으므 로, 염소가 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라 생각했으나, 한없이 고요한 내 발굽, 내 작은 뿔, 저물어가는 여름 하늘 아래, 내 검은 다리, 내 검은 눈,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4
닌자- 서대경 닌자 서대경 검은 복면의 사내가 나의 머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달빛 깔 린 기와지붕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머리를 필요 로 하는 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욕조 차 나오지 않았다, 이봐, 대체 누가 날 죽이라고 했고? 복면 의 사내는 말없이 처마를 타넘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4
담양산책일기- 버스로 한 정류장 보다 많이... 오늘은 몸이 찌뿌둥하여 조금 일찍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용대리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가다가 다른 농로가 눈에 들어오기에 그 길로 들어섰습니다. 어쩌다 논둑길을 걷기도 하고 다시 시멘트로 길을 만든 농로도 걸었습니다. 어느 집 매화나무 과수원에서는 꽃망울을 마구 터트..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13
카이는 무럭무럭 잘 나이드는 중! 집을 떠나와 있으니 눈에 밟히는 건, 인간인 가족이 아닌 말 못하는 고양이 카이, 새벽이면 깨우러 오곤하던 카이 대신 수닭 울음소리로 잠에서 깨는데 카이가 냥냥거리는 소리가 더 그립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내 주변을 맴돌던 카이가 오늘 따라 보고 싶어 휴대폰 앨범을 뒤진다. 밥 잘먹.. with photo/내 고양이 카이 2020.03.13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마주친 사람도 있는데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로 생각 이 가득하다 그를 보는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외면하는 것이 선행도 악행도 아니다 환멸은 차갑고 냉소가 따스해서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들과 내렸다 돌아보면 버스..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3
인간의 교실- 최정진 인간의 교실 최정진 시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액자를 걸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태우지 않고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처럼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다 모두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 이곳은 고통의 원인을 네게서 찾지 않는 세계다 -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