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아무것도-박소란 노래는 아무것도 박소란 페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채 실려간다 한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 없이 바퀴는 구른다 같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 카테고리 없음 2020.03.08
없다- 박소란 없다 박소란 우체통을 들여다 본다 길들여지지 못한 짐승의 아가리처럼 깊고 어두운 곳 어떻게 알았을까 당신은 이곳에 주소가 없다는 것을 집이 없다는 것을 상기된 표정으로 커튼을 열 젖히는 얼굴이 발갛게 피어나는 식탁이 풋잠을 머금은 나릿한 하품이 없다는 것을 아침은 이미 이.. 카테고리 없음 2020.03.08
주동자- 김소연 주동자 김소연 장미꽃이 투신했습니다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유리처럼 깨진 꽃잎 조각을 줍습니다 모든 피부에는 무늬처럼 유서가 씌어 있다던 태어나면서부터 그렇다던 어느 농부의 말을 떠올립니다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나는 장미의 편입니다 장미전선 반대를 외치던..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7
담양산책일기- 비오는 날, 매화꽃 핀 청운동 마을까지 걷기 봄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우산을 쓰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눈에 닿는 곳마다 운무가 피어오르고 논이며 밭, 나무, 산...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촉촉해졌습니다. 이 비 그치면 봄이 코앞에 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19도 그 세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고 순진한 ..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07
동행- 양안다 동행 양안다 걷고 걸어도 두 사람을 쫓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씨를 예쁘게 쓸고 하다 보면 언젠가 꽃을 그리게 될 거라 믿었지만 함께 걷는다는 건 어깨를 부딪치는 일일까 내 이름의 의미와 꽃말을 베껴 적으며 여름 꿈속에서 나를 닮은 아이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7
담양산책일기- 다시 용대리 마을 다시 용대리 마을로 산책 나섰습니다. 어제보다 바람이 잦아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지요. 글을 낳는 집 사모님께선 모자를 쓰고 나서는 저에게 모자를 벗어라고... 햇살이 보약이라시네요... 그래서 모자를 벗고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이곳, 참 고요한 마을입니다. 걷다가 만나는 사람이 한 ..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06
오리털파카신-문보영 오리털파카신 문보영 신이 거대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다 인간은 오리털 파 카에 갇힌 무수한 오리털들, 이라고 시인은 쓴다 이따금 오 리털이 빠져나오면 신은 삐져나온 오리털을 무신경하게뽑 아 버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한다 오리털 하 나가 뽑혔다 그 사람이 죽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6
에그 -유계영 에그 유계영 깃발보다 가볍게 펄럭이는 깃발의 그림자 깃에 기대어 죽는 바람의 명장면 새는 뜻하지 않게 키우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알아서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창밖의 무례하 아침처럼 그러니까 다가올 키스처럼 어떻게 두어도 자연스럽지 않은 혀의 위치처럼 새는 뜻하지 않..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6
담양 산책일기- 수곡마을 오늘 경칩이라는데 간밤에 내린 눈이 아직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12시 언저리가 되면 산책길에 오른다. 어제는 용대리마을로, 오늘은 수곡마을로, 두 마을이 보여주는 풍경은 닮은 듯 다르다 논뚝길을 겉다보면 갓 피어나는 봄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만지면 보드랍고 포근할 것 같은 버들..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05
예보- 임솔아 예보 임솔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오다고 전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