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shiwoo jang 2020. 3. 15. 11:08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저녁 강가에 배 두 척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저것은 망자가 벗어놓은 신이다

저 신을 신고 걸어가서

수심이 내비치지 않는 강의 수면을 두드린다

거기엔 사공도 없이 홀로 산으로 간 배들을 모아서

깨끗이 닦아 내어주는 구두닦이가 계신가

 

산중턱에 앉아서 아래 강가를 내려다보다가도

정상에서 나를 굽어보는 어느 구두닦이가 있어

벗어둔 신발을 도로 주워 신는다

누가 언제 저 신을 신을까, 지켜볻나

 

나는 강의 한가운데

불붙은 장작을 미끼로 던지고

수면 위의 기다란 굴참나무 그림자를 들어올렸다 놓는다

산허리가 휘어지며 밀고 당기기를 몇 번일까

회백색 물고기들이 나무줄기에 매달려 밖으로 나온다

 

그때 누가 나무 밑에서 걸어나와

빈 배에 올라타는지 그의 신발 뒤축에 끌려

산아래부터 중턱까지 흙부스러기가 쏟아진다

 

또 한번 배가 산으로 가나?

너의 낡은 구두다 빛난다

살아서는 신지 못 할

 

물속에 매달아놓은 조등

    


- 배가 산으로 간다, 문학동네 


.... 먹먹한 상상력에 저녁 강을 그리워한다. 산이 비치는 저녁강이

어디쯤 있을까? 물속에 매달아 놓은 조등, 그 강에 손을 넣고 건져올리고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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