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황인찬 유독 황인찬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 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 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 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9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황인찬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이었다 이곳에 단 하나의 백자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나는 알았다 그것은 하얗고, 그것은 둥글다 빛나는 것처럼 아니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있었다 나는 단 하나의 질문을 쥐고 서 있었다 백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9
희디흰- 서윤후 희디흰 서윤후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얼룩을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하게 애어른 같은 아이를 키우는 집은 행복할 것 같다고 옆집 사람은 어머니에게 말했다 공사장에 다녀온 사람은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에도 검은 발바닥은 검은 발바닥이었다 더러워도 더럽다고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8
담양산책일기- 건너 마을 나들이, 물염정과 화순적벽 날이 좋아, 날씨가 너무 좋아 오늘은 좀 긴 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건너 마을인 화순입니다. 화순 젹벽과 물염정으로 차를 끌고 나섰습니다. 화순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생겨 좀 걱정스러웠지만 실내가 아닌 실외이고 동선 체크를 해보니 이곳은 무관한 지역이라 조심스럽게 차를 몰..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18
담양산책일기- 청운동 마을의 매화 오늘도 맑음 그러나 바람 바람 바람... 바람이 어찌나 센지 누군지 모를 어떤 존재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등을 미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드럼고 몽글몽글한 것이 슬쩍 밀어주는 느낌이라 기분 좋은 산책길이었습니다. 오늘은 도로 갓길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 부산하기에 논둑길로 걸었..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17
양파 공동체- 손미 양파 공동체 손미 그러니 이제 열쇠를 다오 조금만 견디면 그곳에 도착한 다. 마중 나오는 싹을 얇게 저며 얼굴에 쌓고 그 아래 열 쇠를 숨겨 두길 바란다. 부화하는 열쇠에게 비밀을 말하는 건 올바른가? 이제 들여보내 다오 나는 쪼개지고 부서지고 얇아지는 양파를 쥐고 기도했다. 도착..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7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 위를 걷고 있었네 늘 그랬듯이 이제, 저 귀퉁이를 돌면 검은 바위 검은 바위 뒤 나무 의자 그것은 사방무늬를 그리는 아가씨의 것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곧 쏟아질 것 같은 목을 달고 잘못 타서, 고향에 가다가, 몸을 잘못 타서 검은 빨간 무늬 위를 걷고 있다네..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7
담양산책일기-수곡마을과 개나리 오늘도 수곡마을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역시 다리가 불편한 선배시인과 산책을 나섰기때문이에요 논둑길을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2차선 도로 갓길을 조심스럽게 나란히 걸어서왔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개나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애들은 아직 꽃 필 기척이 없는데 이 가지 끝.. with photo/창작실 일기 2020.03.16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막대그래프를 그리며 춤추는 도시 OMR카드의 정 답과 오답처럼 불 켜진 창과 불 꺼진 창, 강약이 교 차하는 거대한 스피커, 뿜어내는 음향이 밤 벚꽃처 럼 흐드러진다 칸칸마다 칸타빌레 털 뻣뻣한 시궁쥐가 옥수수자루 같은 빌딩을 컴, 컴, 갉아먹는 동안 기슭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6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은 구름 냄새를 피운다 구름부족은 내 이 불 속으로 시 속으로 함부로 드나든다 구름부족은 유목민, 국경을 넘나드는 무국적자들, 족장은 부족 을 거느리고 바람과 태양이 다스리는 붉은 가의 골 짜기에 머문다 천막을 치고 피리를 불고 살찐 양떼 구름이 흩어..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