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공기, 익명에게-민구

shiwoo jang 2020. 3. 15. 11:04

공기

-익명에게

 

                     민구

 

그 어디에도

나만의 것은 없다

 

나의 이름, 내 목소리

죽은 거리를 애도하는 악사

그리고 너에게 바치는 유일한 시

 

멀리 있는 네게 편지를 쓴다

 

오늘 아침

바다에서 잡은 도미는

본래의 색을 잃고서 죽어버렸네

누군가의 시

그의 날렵한 문장에 의해

 

너의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적는다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도미를

언제 뒤집어야 할까

사라진 가시를 어떻게 바를지

모르겠다고

 

떡 벌린 백상아리 아가리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면

이빨에 빛나는 바다

 

나는 식은 커피를 들고서

테라스로 나간다

 

어두운 광장 한가운데

느릿느릿 걸어가는 흰 거북을 본다

 

- 배가 산으로 간다, 문학동네



.....바다에서 잡은 도미 색을 잃고 죽어 버렸다 누군가의 시, 날렵한 문장에...

그리하여 나는 느릿느릿 걸어가는 흰 거북, 뭐 이런.... 

조금 늦게 천천히 읽게 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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