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shiwoo jang 2020. 3. 16. 10:14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막대그래프를 그리며 춤추는 도시 OMR카드의 정

답과 오답처럼 불 켜진 창과 불 꺼진 창, 강약이 교

차하는 거대한 스피커, 뿜어내는 음향이 밤 벚꽃처

럼 흐드러진다 칸칸마다 칸타빌레

 

털 뻣뻣한 시궁쥐가 옥수수자루 같은 빌딩을 컴,

, 갉아먹는 동안 기슭마다 들어서는 초고층 초고

, 저 아래 지하 반지하의 머리채 휘어잡던 절망은

멀겠다 아우성치는 네온 뒷골목엔 의심스러운 잡초

들 향기를 뿜는다 질주하는 폭주족 천국과 지옥을

향해가는 붉은 십자가 무리 가파른 빌딩이 거리를

채우고 불쑥불쑥 구름 위로 솟구쳐 오르고 얽히고 설

킨 도시의 뿌리를 적시며 쏟아지는 장대비 똑 같은

집 똑같은 불빛 중얼거리며 시린 무릎을 꺾으며

 

천년 뒤 이 도시를 지나면 검게 벌린 아가리 숭숭

한 구멍 사이로 미친 바람은 뛰어다니리 층층마다 수

(樹上)생활을 하던 사람들 꽃피우고 어디로 사라

졌나 휘파람 소리를 내는 그림자들 이 악기들을 대

체 뭐라 부르지?



-말뚝에 묶인 피아노, 문학과지성


천년이 지난 뒤 이 시멘트 덩어리들을 발굴하면 발굴한다면

이 미친 것들에 대해 뭐라고 할까? 궁금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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