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구름부족들- 서영처

shiwoo jang 2020. 3. 16. 10:11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은 구름 냄새를 피운다 구름부족은 내 이

불 속으로 시 속으로 함부로 드나든다 구름부족은

유목민, 국경을 넘나드는 무국적자들, 족장은 부족

을 거느리고 바람과 태양이 다스리는 붉은 가의 골

짜기에 머문다 천막을 치고 피리를 불고 살찐 양떼

구름이 흩어져 풀을 뜯는다 빗살 도끼를 휘두르는

부족의 전설을 강을 따라 흘러내려 늑대들도 얼씬거

리지 못한다 부족의 기원은 거룩한 날로 거슬러 올

라간다 소나기와 뭉게, 새털, 장막, 조개 구름혈족의

내력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지만 그들의 상징과 은

유는 수많은 두루마리에 기록되어 있다 마술을 부리

는 부족이 안개를 흩어 강의 발원지 유서 깊은 마을

을 에워싼다 마을이 고립된다 사라진다 구릿빛의 늙

은 카우보이가 구름평원을 달린다 구름보다 빨리 구

름보다 자유롭게, 구름평원에 빛의 신비화성이 울려

퍼진다 멕시코선인장에 붉은 꽃이 피고 카우보이는

구름부족으로 귀화한 자들의 발자국을 모아 저녁 지

을 땔감으로 쓴다 모닥불 타오르는 밤, 구름부족은

광활한 평원에 방랑을 꿈꾸는 시인의 책을 완성한다



       - 말뚝에 묶인 피아노, 문학과지성


구름부족의 일원이 되어 타박타박 하늘을 걷고 싶은,

그리하여  시인의 책을 훔쳐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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