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유독- 황인찬

shiwoo jang 2020. 3. 19. 11:19

유독

 

              황인찬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

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

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

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지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

?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

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

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 구관조 씻기기, 황인찬, 민음사


일어나지 않은, 일어날 슬픈 일이란  뭘까?  아련하고 쓸쓸함으로

나도 웃어야할 것 같은,  그리고 갑자기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이 상황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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