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황인찬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
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
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
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지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
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
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
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 구관조 씻기기, 황인찬, 민음사
일어나지 않은, 일어날 슬픈 일이란 뭘까? 아련하고 쓸쓸함으로
나도 웃어야할 것 같은, 그리고 갑자기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이 상황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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