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양파 공동체- 손미

shiwoo jang 2020. 3. 17. 11:37

양파 공동체

 

                                손미

 

 

그러니 이제 열쇠를 다오 조금만 견디면 그곳에 도착한

. 마중 나오는 싹을 얇게 저며 얼굴에 쌓고 그 아래 열

쇠를 숨겨 두길 바란다.

부화하는 열쇠에게 비밀을 말하는 건 올바른가?

 

이제 들여보내 다오 나는 쪼개지고 부서지고 얇아지는

양파를 쥐고 기도했다. 도착하면 뒷문을 열어야지 뒷문을

열면 비탈진 숲, 숲을 지나면 시냇물, 굴러떨어진 양파는

첨벙첨벙 건너갈 것이다. 그러면 나는 사라질 수 있겠다.

 

나는 때때로 양파에 입을 그린 뒤 얼싸안고 울고 싶다.

흰 방들이 꽉꽉 차 있는 양퍄를.

 

문 열면 무수한 미로들

오랫동안 문 앞에 앉아 양파가 익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때때로 쪼개고 열어 흰 방에 내리는 조용한 비를

지켜보았다. 내 비밀을 이 속에 감추는 건 올바른가 꽉꽉

찬 보따리를 양손에 쥐고

조금만 참으면 도착할 수 있다.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내 집.

 

작아지는 양파를 발로 차며 속으로, 속으로만 가는 것

은 올바른가. 입을 다문 채 이 자리에서 투명하게 변해가

는 것은 올바른가.



                       - 양파 공동체. 민음사


 그러게..... 입 다물고 이 자리에서 투명하게 변하는 것이 올바른 걸까.... 입 다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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