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공중- 송재학

shiwoo jang 2016. 3. 3. 08:51

공중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

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

리고 있다 비에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 놓으니 허공이란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목덜미와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리와 흰 밤

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 온 공중이 묻혀준 색깔

이라 생각했다 깃털의 문양이 보호색이니까 그건 허

공의 입김이라 생각했다 박샛과 곤줄박이는 갈필을

따라 날아다니다가 내 창가에서 허공의 날숨을 내고

있다 허공의 색을 찾아 보려면 새의 숫자를 셈하면

되겠다 허공은 아니어도 추상파의 쥐수염 붓을 가졌을

것이다 일몰 무렵 평사낙안의 발묵이 번진다 짐작하

자면 공중의 소리 일가들의 모든 생의 울음에

나누어 서식하고 있을 것이다 공중에 텅 비어 보이

는 것도 색 일가들이 모든 새의 깃털로 바빴기 때문

이다 희고 바래긴 했지만 낮달도 선염법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공중이 비워지며면서 허공을 실

천 중이라면, 허공에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람결 따라 허공 한 줌 움켜쥐자 내 손바다을

칠갑하는 색깔들, 오늘 공중의 안감을 보고 만졌다

공중의 문명이란 곤줄박이의 개체 수이다  새점

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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