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shiwoo jang 2016. 3. 3. 19:58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이정록


백 대쯤 주고는

엉덩이를 얻어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 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녘의 수렁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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