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내는 이 마음의 비린내는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 poem/時雨의 시읽기 2010.01.01
꽃 핀 자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꽃 핀 자리/장시우 2009-12-26 26면 기자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자의 블로그 보기 --> 초록하게 고개 내민 새것들이 몸을 부풀리자 갑자기 수런거림으로 어수선해진 산길을 걸으면 작년 이맘때 나뭇가지에 걸쳐둔 뜬소문 하나 슬쩍 말을 건다 수런수런 숲이 흔들리자 일제.. poem/時雨의 시 2009.12.28
농담- 이문재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23
섬강에서 섬강에서 열리지 않는 섬 꽃망울을 피어 올린 몸짓은 힘겹다 눈뜨지 못할 아침이 찾아와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햇귀는 그늘을 지운다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풀꽃은 잠시 흔들렸다 가슴깊이 물이 스며 들숨 날숨이 뒤섞인 섬강은 뿌리 속으로 물이 들었다 물떼새 날갯짓 따라 흐른다 눈감으면 발목에 .. poem/時雨의 시 2009.11.22
기하학적인 삶- 김언 기하학적인 삶 김언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양쪽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인격을 좋아한다, 피부가 만들어내는 ..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22
부석사편지- 김영산 부석사편지 김영산 내 너무 돌아가기 급급해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산 언저리 돌아 배회하는 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무량수전 부석 앞에 당도해보니, 저 뜬돌이 여태 저를 내려놓지 않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산문 밖에서 여럿 사과밭을 지나 왔습니다. 어젯밤 폭풍우 에 붉은 사과들 뒹굴고 있..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22
조은- 따뜻한 흙 따뜻한 흙 조은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17
이문재- 서신 서신 이문재 강원도의 산들은 높이를 버리고 초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초록을 감당하지 못하는 나무들은 밤새 초록을 계곡으로 흘려보냅니다 열목어들이 쿵쾅거리는 물 속에서 눈을 크게 뜨는 아침 젖은 이부자리 개키며 바라보는 앞산 허리에는 비안개가 자욱합니다 비안개에서는 연한 박하향이 ..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03
마감뉴스- 여태천 마감뉴스 여태천 오늘 밤 내가 사는 이곳은 조용하다 막 피어난 꽃 향기가 날 듯 말 듯 바람은 불어 그 바람에게 가는 비 조금 오고 내가 사는 작은 동네에 아주 조금 비가 와서 버스는 제때 오지 않아 버스를 타지 않으리가고 굳게 마음 먹는 그런 밤이다 사실은 저 혼자 떨어져내린 명자꽃 때문이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03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 달고 싶다- 윤재철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 달고 싶다 윤재철 바퀴는 몰라 지금 산수유가 피었는지 북쪽 산기슭 진달래가 피었는지 뒤울안 회나무 가ㅈ; 휘파람새가 울다 가는지 바퀴는 몰라 저 들판 노란 꾀꼬리가 왜 급히 날아가는지 바퀴는 모른다네 내가 우는지 마는지 누구를 어떻게 그리워하는지 마는지 그러.. poem/時雨의 시읽기 200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