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임솔아 예보 임솔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오다고 전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05
시집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그리고 거북이와 새-박서영 거북이와 새 박서영 당신 등에는 여전히 파먹을 게 많아 사랑도 슬픔도 당신 등에 다 쏟아진 것 같아 딱딱하게 감춰두었지만 난 그것을 알기에 상신을 떠나지 않아 당신 등에 피멍이 난다면 내가 구름으로 덮어 줄거야 -박서영시인의 유고시집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를 받았다. 그..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28
질문의 시- 파블로 네루다 10 폴란드 사람들은, 오는 백 년 동안 내 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내 피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내 시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맥주에서 흘러내리는 거품을 우리는 어떻게 측량할까? 페트라르카의 한 소네트 속에 갇혀있는 파리는 뭘 할까? - 그러게,,,, 내 피를 만져본 적 없는 ..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27
부채, 말라르메 부인의- 말라르메 부채 - 말라르메 부인의 말라르메 하늘에서 퍼덕거림만으로 언어를 향해 일격을 가하듯, 미래의 시구는 그렇게 귀중한 고향으로부터 풀려 나온다 날개, 아주 그윽이, 사자使者, 이 부채 만일 이것이 그것이라면 너 뒤에서 어떤 거울을 빛나게 한 바로 그것이라면 매우 밝게( 그곳에서 도..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13
성녀(聖女)들 - 말라르메 성녀(聖女)들 말라르메 창가에서 그것은 한때 플루트나 만돌라와 함께 빛났던 비올라의 금빛을 상실한 낡은 백단을 숨기고 있다 창백한 성녀, 그녀는 낡은 성모마리아의 송가집을 펼쳐들고 있다, 그 송가는 한때 해거름의 기도에 따라 졸졸 흘러나오던 것이지, 성체현시대의 이 유리창 ..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13
취한 배 취한 배 랭보 나는 도도한 강물을 따라 내려갈 때, 나는 예인자들이 날 인도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떠들썩한 인디언들이 그들을 깃발 기둥에 발가벗겨 묶은 뒤 과녁으로 삼아버렸다 플랑드르 밀이나 영국 목화를 나르는 나는 선구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예인자들과 동시에 ..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2.01
감각- 랭보 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람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poem/時雨의 시읽기 2019.01.28
한 세상 - 이사라 한 세상 세상 어디에도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새가 떼를 이루어 칼날처럼 지나간다 하늘이 한순간 베인다 잠시 후 베인 흔적이 서로를 껴안고 아무는 동안 땅에서는 기차가 다리 위를 지나 간다 선로를 따라 침목의 침묵도 지나 강물 속으로 무거운 굉음을 내려놓는다 굉음이 어느덧 세.. poem/時雨의 시읽기 2017.09.02
어느 겨울 저녁 게오르크 트라클 어느 겨울 저녁 게오르크 트라클 창 유리에 눈송이 뚝뚝 떨어지고 저녁 종 길게 울리는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고 살림은 넉넉하다 떠도는 어떤 사람 문으로 다가 온다. 어두운 오솔길들을 지나서 황금빛으로 찬연히 꽃피고 있다. 은총의 나무 대지의 싸늘한 수액에..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9.01
가뜬한 참- 박성우 가뜬한 잠 박성우 곡식 까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그랗게 굽은 몸으로 멍석에 차를 잘도 비비던 할머니가 정지문을 열어놓고 누런 콩을 까부르고 있었다 카 끝을 추슬러 잡티를 날려보내놓고는, 가뜬한 잠을 마루에 뉘었다 하도 무섭게 조용한 잠이어서 생일 밥숟깔 놓고 눈을 감은 외할..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