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공동체- 손미 양파 공동체 손미 그러니 이제 열쇠를 다오 조금만 견디면 그곳에 도착한 다. 마중 나오는 싹을 얇게 저며 얼굴에 쌓고 그 아래 열 쇠를 숨겨 두길 바란다. 부화하는 열쇠에게 비밀을 말하는 건 올바른가? 이제 들여보내 다오 나는 쪼개지고 부서지고 얇아지는 양파를 쥐고 기도했다. 도착..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7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 위를 걷고 있었네 늘 그랬듯이 이제, 저 귀퉁이를 돌면 검은 바위 검은 바위 뒤 나무 의자 그것은 사방무늬를 그리는 아가씨의 것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곧 쏟아질 것 같은 목을 달고 잘못 타서, 고향에 가다가, 몸을 잘못 타서 검은 빨간 무늬 위를 걷고 있다네..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7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뮤직 콘크리트 서영처 막대그래프를 그리며 춤추는 도시 OMR카드의 정 답과 오답처럼 불 켜진 창과 불 꺼진 창, 강약이 교 차하는 거대한 스피커, 뿜어내는 음향이 밤 벚꽃처 럼 흐드러진다 칸칸마다 칸타빌레 털 뻣뻣한 시궁쥐가 옥수수자루 같은 빌딩을 컴, 컴, 갉아먹는 동안 기슭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6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들 서영처 구름부족은 구름 냄새를 피운다 구름부족은 내 이 불 속으로 시 속으로 함부로 드나든다 구름부족은 유목민, 국경을 넘나드는 무국적자들, 족장은 부족 을 거느리고 바람과 태양이 다스리는 붉은 가의 골 짜기에 머문다 천막을 치고 피리를 불고 살찐 양떼 구름이 흩어..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6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배가 산으로 간다 민구 저녁 강가에 배 두 척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저것은 망자가 벗어놓은 신이다 저 신을 신고 걸어가서 수심이 내비치지 않는 강의 수면을 두드린다 거기엔 사공도 없이 홀로 산으로 간 배들을 모아서 깨끗이 닦아 내어주는 구두닦이가 계신가 산중턱에 앉아서 아래 강..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5
공기, 익명에게-민구 공기 -익명에게 민구 그 어디에도 나만의 것은 없다 나의 이름, 내 목소리 죽은 거리를 애도하는 악사 그리고 너에게 바치는 유일한 시 멀리 있는 네게 편지를 쓴다‘ “ 오늘 아침 바다에서 잡은 도미는 본래의 색을 잃고서 죽어버렸네 누군가의 시 그의 날렵한 문장에 의해” 너의 이름..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5
차단기 기둥 곁에서- 서대경 차단기 기둥 곁에서 서대경 어느 날 나는 염소가 되어 철둑길 차단기 기둥에 매여 있 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염소가 될 이유가 없었으므 로, 염소가 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라 생각했으나, 한없이 고요한 내 발굽, 내 작은 뿔, 저물어가는 여름 하늘 아래, 내 검은 다리, 내 검은 눈,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4
닌자- 서대경 닌자 서대경 검은 복면의 사내가 나의 머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달빛 깔 린 기와지붕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머리를 필요 로 하는 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욕조 차 나오지 않았다, 이봐, 대체 누가 날 죽이라고 했고? 복면 의 사내는 말없이 처마를 타넘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4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마주친 사람도 있는데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로 생각 이 가득하다 그를 보는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외면하는 것이 선행도 악행도 아니다 환멸은 차갑고 냉소가 따스해서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들과 내렸다 돌아보면 버스..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3
인간의 교실- 최정진 인간의 교실 최정진 시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액자를 걸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태우지 않고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처럼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다 모두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 이곳은 고통의 원인을 네게서 찾지 않는 세계다 -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 poem/時雨의 시읽기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