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세상 어디에도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새가
떼를 이루어 칼날처럼 지나간다
하늘이 한순간 베인다
잠시 후 베인 흔적이 서로를 껴안고 아무는 동안
땅에서는 기차가 다리 위를 지나 간다
선로를 따라 침목의 침묵도 지나
강물 속으로 무거운 굉음을 내려놓는다
굉음이 어느덧 세상에서 사라진다
우리도 이렇게 생처럼 흔적을 지우고 사는 동안
그래도 날마다 바람이 불고
어느 왕조는 무너지고
어느 마을의 사람은 한순간 지진으로
터전을 잃고 흙으로 돌아간다
베일 쓴 여인처럼 역사는 날마다 신비한데
내가 뒤를 돌아보는 길에 만나는 것들은
어느새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정말 베일 쓴 여인처럼 역사는 날마다 신기하게 만들어지지요. 내가 뒤를 돌아보는 사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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