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뜬한 잠
박성우
곡식 까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그랗게 굽은 몸으로
멍석에 차를 잘도 비비던 할머니가
정지문을 열어놓고 누런 콩을 까부르고 있었다
카 끝을 추슬러 잡티를 날려보내놓고는,
가뜬한 잠을 마루에 뉘었다
하도 무섭게 조용한 잠이어서
생일 밥숟깔 놓고 눈을 감은 외할매 생각이 차게 다녀
갔다
-그런 가뜬한 잠이, 무섭게도 조용한 잠이 나에게 찾아오기를...
한 죽음 앞에서 또 다를 죽음을 서늘하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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