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가뜬한 참- 박성우

shiwoo jang 2016. 5. 11. 10:34

가뜬한 잠


                 박성우



곡식 까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그랗게 굽은 몸으로

멍석에 차를 잘도 비비던 할머니가

정지문을 열어놓고 누런 콩을 까부르고 있었다

카 끝을 추슬러 잡티를 날려보내놓고는,


가뜬한 잠을 마루에 뉘었다


하도 무섭게 조용한 잠이어서

생일 밥숟깔 놓고 눈을 감은 외할매 생각이 차게 다녀

갔다



-그런 가뜬한 잠이, 무섭게도 조용한 잠이 나에게 찾아오기를...

한 죽음 앞에서 또 다를 죽음을 서늘하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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