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년-박성우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 이런 삼학년 이제는 보기 힘들겠지... 너무 애어른이 많은 세상이라....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5.11
섬- 문태준 섬 문태준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렸다 누구도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두 손을 한가운데에 모으고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을 묵상하는 저 섬은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4.27
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연 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연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앗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 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4.27
살구꽃- 이상국 살구꽃 이상국 살구꽃이 피었습니다 서문리 이장네 마당 짚가리에 기대어 피었습니다 지난 겨울 발 시려운 새들이 찾아와 앉았다 간 자리마다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 발 시려운 새들이 자리에 앉았다 간 자리에 꽃이 피었다니... 시인의 상상력이라니....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4.21
뿔을 적시며- 이상국 뿔을 적시며 이상국 비 오는 날 안경쟁이 아들과 함께 아내가 부쳐주는 장떡을 먹으며 집을 지킨다 아버지는 나를 멀리 보냈는데 갈 데 못 갈 데 더듬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에서 달팽이 처럼 뿔을 적신다 - 산다는 것은 달팽이가 잎파리 안에서 기어다니며 뿔을 적..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4.20
부추 꽃을 보다 - 유종인 부추 꽃을 보다 유종인 환멸을 가장할 필요는 없다 생은 또 다른 곳을 풍경처럼 바라보고 있었지만 허공을 헤엄쳐오는 물고기는 아니었다 고요히 한낮이 흐르듯 타들어가는 오후에 나 홀로 집에 있다는 것이 작은 운명처럼 보였다 현관을 나서면 작은 마당이 온갖 잡초들과 나무들 기다..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4.20
이슬- 송찬호 이슬 송찬호 나는 한때 이술을 잡으러 다녔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 물병 하나 들고 풀잎에 매달려 있는 이술이란 벌레를 이슬이란 벌레를 잡기는 쉬웠다 지나간 밤 굼이 무거운지 어디 튀어 달아나지 못하고 곧장 땅으로 뛰어내리니까 그래도 포휙은 조심스러웠다 잘못 건드려 죽으면 이..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4.14
경고, 민들레- 서영처 경고, 민들레 서영처 지난 겨울 매설했다 초록이 톱니를 두른 밟히고 밟혀 문들어진 문들레 민들레 잔디밭 가로지르는 발꿈치 뒤로 수백 개 해가 뜬다 째깍, 째깍, 조심해라! 밟으면 터진다, 노-란 발목을 날려버리는 대인 지뢰 하늘에도 피었다 흰구름 폭발하는 곳 꽃, 절름거린다 목발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30
페르데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몇편 작별 페르데코 가르시아 로르카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사내아이가 오렌지를 먹고 있군 (발코니에서 나는 그를 볼 수 있으니) 농부가 밀을 거두고 있군 (발코니에서 나는 그를 들을 수 있으니) 내가 죽으면 발코니를 열어놔 둬! 팔월 팔월 대위법 설탕과 복숭아 그리고 과일에 있..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26
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문인수 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문인수 이곳 패션센터 건물 앞, 붉은 대리석 조각 매끈한 상단에 이 무엇이, 왠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입가가 노란 참새 새끼 한 마리 가 반듯하게 죽어 있다. 돌에 싹터 파닥거린 새의 날개가 허공에 눌려, 그리하여 끊임 없이 돌에 스미는 중인지, 가슴의 보드라운 .. poem/時雨의 시읽기 201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