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이병률 상가 음식에서 착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데 오래 모르는 문상객들 틈에 앉아 눈 맞춰가며 그래도 먹어야 하는 일이 괜찮아진 지 오래 조금 싸다가 한 며칠 차려 먹으면 좋겠다 싶게 상가 음식은 이 세상 마지막 맛인 듯 맛나고 상가를 지키는 이들의 말소리는 생.. poem/時雨의 시읽기 2006.12.18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 만이 그 답.. poem/時雨의 시읽기 2006.11.06
재앙스런 사랑-황지우 재앙스런 사랑 황지우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생을 정지시켜놓았구나 이 추운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아직 우리에게 체온이 있다면 그대.. poem/時雨의 시읽기 2006.10.23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지는 ....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지는 말 한마리 그 위에 떨어지는 잎새들 우리들의 사랑이 떤다 그리고 태양도... 자크 프레베르 가을 제목이 저 긴 시행처럼 보이는 부분, 그리고 시행은 단 두 글자 가을, 참으로 심플한 시행, 뭘 덧붙일 껏도 없는, 그런 떨림으로, 가을,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9.06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Emily E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u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일 내가 에밀리 디킨슨 아픔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한 생명으리 아픔을 덜어 ..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9.06
멍게 - 최승호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렇게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가 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8.28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늗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8.25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물기 남은 바닷가에 긴 다리로 서 있는 물새 그림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서 멍하니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운 빛나는 저녁 바다를 - 저물무렵이면 더욱 빛나는 건 사람도 마찬가지라 뜨겁고도 치열하게 살다간 채 익지못한 채 떠난 한 사람의 부음이 가슴시리..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8.24
밤엔 천 개의 눈이 있다 밤엔 천 개의 눈이 있다 프랜시스 .w. 부르디움 밤엔 천 개의 눈이 있고 낮엔 오직 하나. 하지만 밝은 세상의 빛은 해가 지면 사라져버린다. 정신엔 천 개의 눈이 있고 마음엔 오직 하나. 하지만 삶의 빛줄기는 사랑이 끝나면 꺼져버린다. 천 개의 눈으로도 못 당하는 단 하나, 그것 무엇일까? 단 하나인 ..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7.11
지하철 정거장에서-에즈라 파운드 지하철 정거장에서 -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IN A STATION OF THE METRO - Ezra Pound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뭐 더 보탤 말이 없는, 말을 더하는 것은 그야말로 군더더기가 되는, 단촐하고, 선명한 이미지들,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