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재앙스런 사랑-황지우

shiwoo jang 2006. 10. 23. 17:17
재앙스런 사랑
 
 
                                      황지우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생을 정지시켜놓았구나
 
이 추운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아직 우리에게 체온이 있다면
그대와 저 얼음 속에 들어가
서로 으스러져라 껴안을 때
그대 더러운 부분까지 내 것이 되는
재앙스런 사랑의
이 더운 옷자락 한가닥
걸쳐두고 싶구나
 
   오늘 황지우 시인의 시집을 들추다 눈에 뜨인 시입니다.
 아마 폼페이를 다녀와서 쓴 시같은데요. 아닐 수도 있겠지요
폼페이 최후의날 용암을 뒤집어 쓴 채 석고가 되어버린
남녀의 상을 보고 그처럼 뜨겁게 응고된 사랑을 영원히 이어가고 싶었던
사랑이 그때 시인에겐 있었나봅니다. 물론 또  아닐수도 있겠지만요...
어쩌면 영원한 사랑이 재앙스런 사랑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영원하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재앙이 아닐지..
세상은 변하고 변화합니다.
사랑도 그렇겠지요. 언젠가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는 카피도 있었지요.
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 아닐지...
갑자기 쌀쌓해진 날씨 때문인지
문득 사랑이 그리운 모양입니다 .
죽음도 공것으로 녹여버릴...

'poem > 時雨의 시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0) 2006.12.18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0) 2006.11.06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지는 ....  (0) 2006.09.06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0) 2006.09.06
멍게 - 최승호  (0) 200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