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늗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창 어머니
볼에 분질러 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여지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 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들쪼글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 백석의 시 중에서
- 어머니는 여자가 아닌 어머니인줄 알았다.
가끔 어머니가 여자란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아직도 향수에 손이 가는 순간,
빛고운 연지에 눈빛이 빛나는 순간,
화사한 옷에 눈길 오래 머무는 걸 훔쳐 본 순간,
그리고 레이스가 섬세한 브레지어와 팬티에 손이 가는 순간,
내 어머니도 아직은 어여쁜 여자란 걸...
내 어머니의 열아홉적 댕기머리 사진을 본 순간,
내 어머니에게도 소녀적이 있었구나....
2년 후면 일흔이 되는 내 어머니도...
나이도 어린 남자가 어머니의 수줍은 생을 읽다니
쳇...
시도 잘 쓰네....질투어린 시샘을 보낸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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