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shiwoo jang 2006. 8. 25. 16:03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늗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창 어머니

볼에 분질러 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여지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 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들쪼글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 백석의 시 중에서

 

 

- 어머니는  여자가 아닌 어머니인줄 알았다.

  가끔 어머니가 여자란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아직도 향수에 손이 가는 순간,

  빛고운 연지에 눈빛이 빛나는 순간,

  화사한 옷에 눈길 오래 머무는 걸 훔쳐 본 순간,

  그리고  레이스가 섬세한 브레지어와 팬티에 손이 가는 순간,

  내 어머니도 아직은 어여쁜 여자란 걸...

  내 어머니의 열아홉적 댕기머리 사진을 본 순간,

  내 어머니에게도 소녀적이 있었구나....

  2년 후면 일흔이 되는 내 어머니도...

  나이도 어린 남자가 어머니의 수줍은 생을 읽다니

  쳇...

  시도 잘 쓰네....질투어린 시샘을 보낸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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