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것들을 고양이라 부르련다 나는 고것 들을 고양이라 부르련다 장옥관 오늘 새벽에 음력 정월 숫새벽에, 모처럼 엘리베이 터 타지 않고 걸어 내려왔는데 말이지요 햐, 기막힌 것 봤어요 아파트 이층 현관문에 붙은 찢어진 탁상 캘 린더 석 장,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습디다 쉿! 조용히하시오 우리집 고양이가 잠들어슴 명희 괴발개..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5.01
게 눈속의 연꽃 게 눈 속의 연꽃 -황지우 1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 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 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 나는 또 하품을 한다 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 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 흔들리는 풀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4.25
사랑은 사랑은 이인원 눈독들일 때, 가장 아름답다 하마, 손을 타면 단숨에 굴러떨어지고 마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 사랑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이라고 한다면.... 어쩐지 좀 서글퍼집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럴싸하기도 하고요. 무슨 일이던 처음이 그랬던 것도 같고요... 살다보니 처음 ..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4.22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4.18
실종 실종 이장욱 나는 조금씩 너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내 바깥에서 태어났다 나는 아무 것도 회상하지 않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길을 걸어가는데 누군가의 기억이 내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다 내 발이 지상을 떠나가는 풍경을 행인들은 관람하였다 내 눈썹과 입술과 또 어깨가 ..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4.05
의자 위의 흰 눈 의자 위의 흰 눈 유흥준 간 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정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 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흰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 라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할 곳이 있다..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4.04
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3.26
바람-최승호 바람 최승호 1 날이 없는 칼처럼 그 무엇이든 도려내는 고비의 바람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울부짖으며 허공을 물어뜯는 고비의 바람 트랙이 없다 경마도 없다 돈에 목을 매는 마꾼도 없다 발굽 없이 힘차게 달리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엉덩이도 갈기도 없는 암컷도 수컷도 아닌 바람이 텅 빈 해골들..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3.17
근하신년 근하신년 이홍섭 제삿날, 어머니가 정성스레 절떡을 쌓아 올리듯 늙은 무당이 하늘로 하늘로 수지를 태워올리듯 갓 수계한 스님이 발꿈치 들고 부처님전에 공양을 받쳐올리듯 고요한 산골짝에서 층층나무가 층층이 자신을 밀어 올리듯 그렇게 겸허하게 공손하게 새해를... 새해 인사 미리 드립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2.15
누累- 이병률 누累 이병률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사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희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