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이병률 상가 음식에서 착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데 오래 모르는 문상객들 틈에 앉아 눈 맞춰가며 그래도 먹어야 하는 일이 괜찮아진 지 오래 조금 싸다가 한 며칠 차려 먹으면 좋겠다 싶게 상가 음식은 이 세상 마지막 맛인 듯 맛나고 상가를 지키는 이들의 말소리는 생전에 가장 달고 배고프지 않았는데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지 몰라 나무젓가락 포장지로 접을 걸로 탁자 밑에 알지도 못하는 글씨를 쓰고 있노라면 국 한 그릇 더 떠오며 등짝에 손을 얹는 두툼한 고인의 손실 상주를 바짝 업어 왁자한 술청으로 내빼고만 싶은데 술 한잔 받으라며 어깨를 누르는 고이느이 텁텁한 숨결 영정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며 착하게 온전하게 살다 가느냐며 묻고 싶은데 번번히 망설이다 방을 나서는 길 복잡한 신발이나 가지런히 해놓고 싶어도 아무리 세어봐도 한 사람의 몫이 모자라고 나는 돌아갈 때 어둑한 문간에 붉은 등 대신 신발을 벗어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생각한지 오래 -상가에서 늘 머리속을 맴돌던 생각들을 이 사람은 가지런히 잘 정리했구나 싶다 무릎치며 공감할 생각들 틈에서 나는 상가의 국밥과 동동 떠 다니는 밥알들을 떠올리는데 산다는 건 빠알간 국에 말은 밥알을 꿀꺽 삼키는 일, 낯설지 않은 그 일이 낯설고 송구스럽게 느껴지는 상가에서의 때늦은 허기 밀어내기같은 일년의 끝자락에서 꼭꼭 씹어 먹는 이 한편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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