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멍게 - 최승호

shiwoo jang 2006. 8. 28. 15:53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렇게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가 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

소리를 내면 벌써 입안이 울림공간

메아리치는 텅 빈 골짜기

범종 소리가 난다

 

 

                     -최승호, 멍게 전문

 

북어같은 시를 쓴다...

참 매력 없다...

하루 아침에 이런 생각들이 말끔히 지워졌다.

이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함께 고비사막을 횡단하고

난 뒤에 다시 읽은 그의 시,

수도원을 지키는 수도자같다 .

하긴 시인이란  말의 사원을 지키는 수도자와 다름없으니

누군 잠수함 속의 토끼라고도 했고

누군 예언자라고 했지만

거울과 등불의 역활 사이에 끊임 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몇 안되는 시인 중의 한 사람 인 것 처럼 보인다.

혹은 일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로 그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람이라면 밤새 귀기울여도  견딜 수 있겠다.

멍게를 먹으면

나도 가끔은 멍해진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맛은 뭐지? 그리고 그 향은?

그는 지우개라 했지만...

난 멍게를 보면 속모를 꿍꿍이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시를 썼고 나는 먹는다

멍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