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렇게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가 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
소리를 내면 벌써 입안이 울림공간
메아리치는 텅 빈 골짜기
범종 소리가 난다
멍
-최승호, 멍게 전문
북어같은 시를 쓴다...
참 매력 없다...
하루 아침에 이런 생각들이 말끔히 지워졌다.
이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함께 고비사막을 횡단하고
난 뒤에 다시 읽은 그의 시,
수도원을 지키는 수도자같다 .
하긴 시인이란 말의 사원을 지키는 수도자와 다름없으니
누군 잠수함 속의 토끼라고도 했고
누군 예언자라고 했지만
거울과 등불의 역활 사이에 끊임 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몇 안되는 시인 중의 한 사람 인 것 처럼 보인다.
혹은 일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로 그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람이라면 밤새 귀기울여도 견딜 수 있겠다.
멍게를 먹으면
나도 가끔은 멍해진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맛은 뭐지? 그리고 그 향은?
그는 지우개라 했지만...
난 멍게를 보면 속모를 꿍꿍이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시를 썼고 나는 먹는다
멍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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