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긍정적인 밥

shiwoo jang 2007. 3. 26. 21:17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시 한편에 고료가 얼마일까요?  예전에 비하면 그나마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

시 한편을 청탁 받고 작가가 받는 원고료는  박하다 싶을 정도로 적은 액수입니다.

그나마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이고요.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료로 갈음하는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작가나 출판사측이나 뻔히 아는 사정인지라....

그래서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는 달리  시인들은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시만으로 생활하는 몇 안되는 시인이 있긴하지만요...시만을 업으로 사는 

그이들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 없습니다. 함민복 시인도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사는

시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집 한권에 6천원 정도... 이 시를 쓸 당시 3천원이였으니 배로 오른 셈이지만

시인의 밥값으론..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은 거의 자비 출판이니 외국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셈이라고 할까요? 요즘 자비로 시집을 내는 시인들이 많아지고

양장본이다 소장본이다 하여 가격 또한 높게 책정된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시는 장식없이 시만 오롯이 있을 때 그 시정신은 더 꼿꼿해보입니다.

이 시인 참 속 없지요? 

이 시인은 시 한편을 따뜻한 밥 한끼로 생각하고 나누나 봅니다. 그래서 밥 한그릇

다 비웠을 때 처럼 넉넉해지나봅니다.

저도 언제 이런 따뜻한 밥 지어내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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