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의자 위의 흰 눈

shiwoo jang 2007. 4. 4. 00:01

의자 위의 흰 눈

 

                               유흥준

 

 

간 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정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

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흰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

라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할 곳이 있다고, 아직도 더 가야한다고

 

햇살이 퍼지자

 

멀고 먼곳에서 흰 눈이 의자 위에 잠시 앉았다 쉬어

가는 것

 

붙잡을 수 없었다

 

 

 

멀고먼 우주에서 온  귀한 그러나 무척 지친 손님,

잠시 머물렀다 서둘러 가는 여행자,

이 시인이 본 눈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의자 위의 눈을 보면서,

그는 눈을 본 것이 아니었군요.

그의 눈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니 그의 심성일까요? 

이 시인은 모든 사물을 보는  눈길이 따스합니다.

무생물에게 까지 시인은 도닥여주고 기다려 줄 줄 아는

그의 느린 시선이 부럽기만 합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시이긴 하지만  마음을 붙잡아 매는 바람에

옮겨 적어봅니다.

가장 멀고 먼 우주에서 온 손님도 다 떠난 지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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