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것 들을 고양이라 부르련다
장옥관
오늘 새벽에 음력 정월 숫새벽에, 모처럼 엘리베이
터 타지 않고 걸어 내려왔는데 말이지요 햐, 기막힌
것 봤어요 아파트 이층 현관문에 붙은 찢어진 탁상 캘
린더 석 장,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습디다
쉿! 조용히하시오
우리집 고양이가 잠들어슴
명희
괴발개발의 엄중 경고문!
(세계는 군말 없이 그 앞에 머리 조아려야 하거니
와)
한 대여섯 살쯤 되었나? 막 한글을 깨친 싱싱한 필
치
갸르릉 갸르릉, 흰 이빨 촘촘한
갓 태어난 고양이들
시멘트 덩어리에 숨겨진 차고 시린 샘물
한 두레박 뒤집어쓴 느낌이라니-
아파트 화단의 올벚나무 가지마다 점박이 고양이들
사다리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지요
앞니 빠진 눈발이 뛰어 내렸어요
횡단보도 앞으로 달려들던 덤프트럭이
새끼 고양이 되어 갸르릉 거리고 있었다니까요.
- 가끔 만나게 되는 괴발개발의 경고문들,
이곳에 쓰래기 버리지마시오 !
조용히 하시오!
이곳에 쓰래기 버리면 엄벌에처함 !
혹은 간절한 호소문들이
강아지를 찾습니다. 점박이에요 보신분은 꼭 연락주세요
목격자 찾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때로 순진하고 때로 어눌한 경고문을 보노라면
왠지 그래야할 것 같은,
꼭 찾아 줘야할 것 같은 호소문의 삐툴한 글씨가 나를 흔들고 갑니다.
그 이쁜 경고가 이 시인의 마음을 어지간히 흔들고 갔었나 봅니다.
횡단보도 앞까지 갸르릉 고양이가 따라왔으니....
명희의 고양이 지금도 코 자고 있으려나....
문득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