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위의 흰 눈 의자 위의 흰 눈 유흥준 간 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정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 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흰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 라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할 곳이 있다..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4.04
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3.26
바람-최승호 바람 최승호 1 날이 없는 칼처럼 그 무엇이든 도려내는 고비의 바람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울부짖으며 허공을 물어뜯는 고비의 바람 트랙이 없다 경마도 없다 돈에 목을 매는 마꾼도 없다 발굽 없이 힘차게 달리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엉덩이도 갈기도 없는 암컷도 수컷도 아닌 바람이 텅 빈 해골들..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3.17
근하신년 근하신년 이홍섭 제삿날, 어머니가 정성스레 절떡을 쌓아 올리듯 늙은 무당이 하늘로 하늘로 수지를 태워올리듯 갓 수계한 스님이 발꿈치 들고 부처님전에 공양을 받쳐올리듯 고요한 산골짝에서 층층나무가 층층이 자신을 밀어 올리듯 그렇게 겸허하게 공손하게 새해를... 새해 인사 미리 드립니다. ..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2.15
누累- 이병률 누累 이병률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사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희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 poem/時雨의 시읽기 2007.02.05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이병률 상가 음식에서 착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데 오래 모르는 문상객들 틈에 앉아 눈 맞춰가며 그래도 먹어야 하는 일이 괜찮아진 지 오래 조금 싸다가 한 며칠 차려 먹으면 좋겠다 싶게 상가 음식은 이 세상 마지막 맛인 듯 맛나고 상가를 지키는 이들의 말소리는 생.. poem/時雨의 시읽기 2006.12.18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 만이 그 답.. poem/時雨의 시읽기 2006.11.06
재앙스런 사랑-황지우 재앙스런 사랑 황지우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생을 정지시켜놓았구나 이 추운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아직 우리에게 체온이 있다면 그대.. poem/時雨의 시읽기 2006.10.23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지는 ....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지는 말 한마리 그 위에 떨어지는 잎새들 우리들의 사랑이 떤다 그리고 태양도... 자크 프레베르 가을 제목이 저 긴 시행처럼 보이는 부분, 그리고 시행은 단 두 글자 가을, 참으로 심플한 시행, 뭘 덧붙일 껏도 없는, 그런 떨림으로, 가을,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9.06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Emily E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u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일 내가 에밀리 디킨슨 아픔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한 생명으리 아픔을 덜어 .. poem/時雨의 시읽기 200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