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 달고 싶다- 윤재철

shiwoo jang 2009. 11. 2. 11:31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 달고 싶다

 

                                       윤재철

 

바퀴는 몰라

지금 산수유가 피었는지

북쪽 산기슭 진달래가 피었는지

뒤울안 회나무 가ㅈ;

휘파람새가 울다 가는지

바퀴는 몰라 저 들판

노란 꾀꼬리가 왜 급히 날아가는지

 

바퀴는 모른다네

내가 우는지 마는지

누구를 어떻게

그리워하는지 마는지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고독한지

바퀴는 모른다네

 

바퀴는 몰라

하루 일 마치고 해질녘

막걸리 한잔에 불게 취해

돌아오는 원둑길 풀밭

다 먹은 점심도시락가방 베개 하여

시인도 눕고 선생도 눕고 추장도 누워

 

노을 지는 하늘에 검붉게 물든 새털구름

먼 허공에 눈길 던지며

입에는 삘기 하나 뽑아 물었을까

빙글빙글 토끼풀 하나 돌리고 있을까

하루해가 지는 저수지길을

바퀴는 몰라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를 달고 싶다

이제 너무 오래 달려오지 않앗나

 

 

황동규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의 패러디 쯤이라 핳까?

우린 너무 빨리 달려왔고 너무 오래 달려왔으므로

쉼표하나 필요하다는 그말, 전적으로 동감!

성급한 엑셀레이터를 멈추고

조금 한적한 곳에서 차를 멈추고 내려서

하늘도 땅도 휘이휘이 둘러볼 때인 것 맞다.

브레이크를 잊어버린 바퀴에게 브레이크의 존재가

얼마나 달콤한지 알려줄 때가

지금인 것도 맞다.

그런데 여기 저기 너무 파헤져 놓아서

어디 쉴 곳은 있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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