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shiwoo jang 2010. 1. 1. 18:05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내는

이 마음의 비린내는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그 것이나 핥아보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꽃으라면

식구들 다 잠이 든 한밤중 홀로 오롯할 수 있는 시간

저물녘 세상 모든 풍경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

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은 저물녘에서 조금 더 지난

달 차오르는 시간쯤,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착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쯤...

나는  가을 이후  송찬호 시인의 시가 부쩍 좋아졌다.

참 야금야금 맛있게도 잘 읽힌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랑하고 맛난 시를 지을 수 있을까...

고양이의 그루밍이 눈앞에 보이는 듯,

달을 내어주는 넉넉한 마음 씀씀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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