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hoto/창작실 일기

담양산책일기- 비오는 날, 매화꽃 핀 청운동 마을까지 걷기

shiwoo jang 2020. 3. 7. 15:15


봄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우산을 쓰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눈에 닿는 곳마다 운무가 피어오르고

논이며 밭, 나무, 산...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촉촉해졌습니다.



이 비 그치면 봄이 코앞에 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19도 그 세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고 순진한 생각을 해봅니다.

이곳은 아직 청정지역이라 코로나 19는 딴 세상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많이 고생하는 분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혼자 도망 온 것 같아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지나는 길에 작은 대숲을 보았는데

밑둥을 잘린 대나무 가지가  생기를 잃은 이파리를 매달고  누워 있는 모습이과

청청한 대나무 잎의 대조가 선명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 가지런히 쌓아 올린 돌담도, 나무도 대숲도

산책길의 작은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제각각...



버들강아지도 비에 젖어 촉촉하게 젖었고요.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도 투명한 열매 같습니다.



오랜 시간 바위에 터를 잡고 머무는 돌이끼도

작년 가을에 착지한 나뭇잎도, 아직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도

마음껏 빗물을 들이키는 중입니다.



수곡마을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왼쪽 편에 청운동 마을이 있습니다.

청운동 마을엔 매화나무가 제법 있어요.

빗속에 꽃망울 벙글어 꽃 핀 모습이 뭐랄까

싱그럽지만 한편으로 애잔하기도 합니다.



개울가에 개울을 따라 매화 나무 몇 그루가 수천개의 꽃망울을 달고 나란히 서 있습니다.

꽃 다 벙글어지만 그 향이 멀리 멀리 퍼져나가 겠지요.

아, 엇그제는 누군가 따온 매화 꽃망울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매화차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빛깔도 향도 맛도 그윽한 차였습니다.




곧 이 홍매도 벙글어질 것 같습니다.

이 비 그치고 사나흘 지나고 다시 가보면 꽃빛으로 환할 것 같습니다.

빗소리와 함께한 산책길이 오늘도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