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빨래줄- 서정춘

shiwoo jang 2016. 3. 17. 16:34

빨래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며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