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겨울 어스름- 이윤학

shiwoo jang 2016. 3. 19. 09:26

겨울 어스름

 

이윤학

 

물가 갯버들가지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

물살에 찢긴 검은 비닐봉지 겨울 어스름

바람결에 찢긴 검은 비닐봉지 갈래 나부낀다

 

짚단이 깔린 마늘 밭을 죽어라고 뛰는

강아지들 꺼칠한 털이 살에 눕는다

 

트림을 달고 귀가하는 교현이 아버지

불콰한 얼굴을 할퀴는 바람 소리

 

초승달에 걸린 하늘에 손톱자국 깊이

긇힌 붉은 구름이 얇게 흩어져 머문다

스웨터 주머니에 손을 찌를 아주머니

대문 앞을 서성인다

 

번번이 기다림을 들키는 것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일

떨면서 발을 구른 아주머니

비뚤어진 길 끝을 내다보고

대문을 걸어 잠근다

찢긴 검은 비닐봉지

사납게 울어대는 거울 어스름

 

번번이 기다림을 들키는 마루 위

꼬불꼬불 떨어지는 백열등 불빛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불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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