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풍습
황유원
루마니아 사람들은 죽기 전 누군가에게
이불과 베개와 담요를 물려준다고 한다
골고루 밴 살냄새로 푹 익어 가는 침구류
단단히 개어 놓고 조금 울다가
그대로 간다는 풍습
죽은 이의 침구류를 물려받은 사람은
팔자에 없던 불면까지 물려받게 된다고 한다
꼭 루마니아 사람이 아니더라도
죽은 이가 꾸다 버리고 간 꿈 냄샐 맡다 보면
너무 커져 버린 이불을, 이내 감당할 수 없는 밤은 오고
이불 속에 불러들일 사람을 찾아 낯선 꿈 언저리를
간절히 떠돌게 된다는 소문
누구나 다 전생을 후생에
물려주고 가는 것이다. 물려줘선 안 될 것 까지
그러므로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먼저 이불 속에 묻히고
이제는 몇 사람이나 품었을지 모를
거의 사람 냄새 풍기기 시작한 침구류를 가만히 쓰다
듬다가
혼자서 이불을 덮고 잠드는 사람의 어둠
그걸 모두들 물려받는다고 한다
언제부터 시작된 풍습인지
그걸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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