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책상- 손미

shiwoo jang 2020. 3. 12. 10:46

책상

 

                                    손미

 

책상다리를 끌고 왔어

웅크리고 앉아 흰 과일을 빗질하는 밤

나무 책상과 내가 마주 본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잡아먹히게 될 거야

책상이 걸어와

내 귀퉁이를 핥는다

 

그래. 이토록 그리운 맛

나를 읽는

책상 이빨

내 몸에서 과즙이 흘러 우리는

맨몸으로 뒤엉킨다

 

네 위에 엎드리면

우리는 하나 또는 둘이었지

 

나무 책상과 내가 응시한다

 

딱딱한 다리를 끌고

우리는 같은 곳에서 온 것

같다



       - 양파 공동체, 민음사


늘 함께하는 그래서 때로 한몸 같은 책상과 우리는 같은 곳에서 온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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