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붉은 달-유병록

shiwoo jang 2020. 3. 9. 10:37

붉은 달

                    유병록

붉게 익어가는

토마토는 대지가 꺼내놓은 수천개의 심장

그러니까 붉은 달이 뜬 적이 있었던 거다 아무도 수확하지

않는 들판에 도착한, 이를테면 붉은 달이라 불리는 자가

제단에 올려놓은 촛불처럼, 자신이 유일한 제물인 것처럼

어둠속에서 빛났던 거다 비명을 삼키며 들판을 지켰으나

아무도 매장되지 않은 들판이란 없다

붉은 달이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사방으로 솟구친

붉은빛  들판을 물들인 것

이것은 토마토밭 사이로 구전되는 동화

피 뿌린 대지에 관한 전설

그를 기리기 위해 운집한 군중처럼

올해의 대지에도 토마토는 붉게 타오른다 들판 빼곡히

자라난 붉은빛이 울타리 너머로 흘러넘친다

토마토를 베어 물 때마다

내 심장으로 수혈되는 붉은 빛

붉은 달이 뜬다

-목숨이 두근거릴 때 마다, 창비

붉은 이미지가 선명하다. 시큼한 토마토, 볼 빨갛게 토마토를 베어 물던

아기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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