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연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앗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
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
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살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
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
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를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 막고 사는 것도 환장할 노릇인데...
심지어 그대라는 존재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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