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송찬호
나는 한때 이술을 잡으러 다녔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
물병 하나 들고
풀잎에 매달려 있는 이술이란 벌레를
이슬이란 벌레를 잡기는 쉬웠다
지나간 밤 굼이 무거운지
어디 튀어 달아나지 못하고
곧장 땅으로 뛰어내리니까
그래도 포휙은 조심스러웠다
잘못 건드려 죽으면
이술은 돌처럼 딱딱해지니까
나는 한때 불과 흙과 공기의 자유로운 건축을 꿈
꿨으나
흙은 무한증식의 자본이 되고
불은 폭력이 되고
나머지도 너무 멀리 있는 공기의 사원이 되었으니
돌이켜 보면 모두 헛된 꿈
이슬은 물의 보석, 한번 모아볼 만하지
기껏 잡아놓은 거이
겨우 종아리만 적실지라도
이른 아침 산책길 숲이 들려주던 말,
뛰지 말고 걸어라 너의 천국이 그 종아리에 있으니
-나도 이슬 잡으러 다녀봤으면
죽어 딱딱해진 이슬을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푸르고 푸른 풀잎에 놓아 주었으면...
'poem > 時雨의 시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뿔을 적시며- 이상국 (0) | 2016.04.20 |
---|---|
부추 꽃을 보다 - 유종인 (0) | 2016.04.20 |
경고, 민들레- 서영처 (0) | 2016.03.30 |
페르데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몇편 (0) | 2016.03.26 |
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문인수 (0) | 201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