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이슬- 송찬호

shiwoo jang 2016. 4. 14. 17:06

이슬


               송찬호


나는 한때 이술을 잡으러 다녔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

물병 하나 들고

풀잎에 매달려 있는 이술이란 벌레를


이슬이란 벌레를 잡기는 쉬웠다

지나간 밤 굼이 무거운지

어디 튀어 달아나지 못하고

곧장 땅으로 뛰어내리니까

그래도 포휙은 조심스러웠다

잘못 건드려 죽으면

이술은 돌처럼 딱딱해지니까


나는 한때 불과 흙과 공기의 자유로운 건축을 꿈

꿨으나

흙은 무한증식의 자본이 되고

불은 폭력이 되고

나머지도 너무 멀리 있는 공기의 사원이 되었으니

돌이켜 보면 모두 헛된 꿈


이슬은 물의 보석, 한번 모아볼 만하지

기껏 잡아놓은 거이

겨우 종아리만 적실지라도

이른 아침 산책길 숲이 들려주던 말,

뛰지 말고 걸어라 너의 천국이 그 종아리에 있으니



-나도 이슬 잡으러 다녀봤으면

죽어 딱딱해진 이슬을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푸르고 푸른 풀잎에 놓아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