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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우의 예술家 산책] 1. 그림책 시인 이상희

“어린시절 읽던 그림책, 일상의 정신적인 보물로 작동” 등단 시인→방송작가 그림책 사랑은 운명 3000권 번역·50여권 창작 2003년 원주 정착 패랭이 그림책 버스 운영 원주=그림책도시 밑거름 원주시그림책센터일상예술 수집 그림책·자료 관람 가능 “세상에 대한 긍정 고난 이겨내는 해피엔딩 그림책이 주는 진정성” ▲ 그림책으로 가득 찬 원주복합문화예술센터 내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이상희 시인. ■ 시인에서 그림책 사람으로 언제부터인가 그림책 도시라고 하면 원주를 떠올리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누군가 원주와 그림책을 이어주지 않았다면,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면 원주가 그림책 도시로 각인될 수 있었을까? 원주에 그 발자국을 남긴 사람이 이상희 시인이다. 이상희 시인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

[시인의 마을] 아침 - 장시우

누가 매달아 놓았나 저 무수한 별 사이 어둠은 전선에 걸린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직 떨고 있는 몇 잎 남은 나뭇잎은 어떤 생각을 할까 뛰어내릴까 말까 길 위에서 납작해진 뱀은 사위어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꿈, 어떤 바람이 꿈처럼 다가갈 수 있을까 이제 그만 내려가도 될까 -장시우 시집 (걷는사람) 한겨레 신문 시인의 마을 2월 4일자

poem/時雨의 시 2022.03.01

이젠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_ 세 번째 시집

제 세 번째 시집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aladin.co.kr) 책소개 걷는사람 시인선 52 장시우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출간 “흐르거나 고이는 시간에 머물며 세상이 흘리는 소리를 주우며 먼 꿈을 걸었다” 슬픔의 내핵까지 파고 들어가는 시인의 시선 세계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시 걷는사람 시인선 52번째 작품으로 장시우 시인의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가 출간되었다. 장시우 시인은 200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 여러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재미와 의미를 담은 문화예술을 기획하고 있다. 시인은 두 번째 시집 『벙어리 여가수』에서 “침묵을 자연의 스케일로 번역, 확장”(이문재 시인)한다는 평을..

괴도- 서윤후

괴도 서윤후 저 고개 숙인 자의 표정을 알고 싶다 코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어떤 찡그림을 발명했는지 그 찡그림을 펼치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떠나야 한다 마른 헝겊으로 안경을 닦을 때 초조하게 뒤돌아 볼 때 앞은 잠시 앗아갈 것이 많아지는 세계 새장은 모란 앵무를 찾으러 떠났다* 흔들의자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처럼 그림자만 남겨지는 실내악 예열된 오븐 밑을 기어가는 벌레를 볼 때 밤새 얼마나 번성하게 될 것인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시작하거나 이젠 얼마 없는 이야기 고개르 들면 모자라게 된다 뜨개질처럼 멀고 먼 생활의 과로사를 시작하게 된다 어딘가 다친 모과들을 닮아 향기를 먼저 내밀게 된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 고개 숙인 자가 거느리는 밤 속에서 감긴 눈을 일으킬 슬픔이..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_ 조영란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 조영란 당신을 펼치면 비문의 세계가 열린다 단락을 나누듯 짦은 기침 몇 지나고 나면 발작적으로 뛰는 심장이 운율 자리를 바꿔 앉은 감정의 오타 같은 것 몇 병의 취기로도 잠들 줄 모르는 기억은 텅 빈 가슴을 채우며 빼곡해지는데 붉게 표시해둔 우울은 성급한 나를 위한 선물이었으리 한순간도 당신인 적이 없던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상투적인 농담을 지우고 하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민낯의 그늘 행간에 빠진 것은 침묵일까 열릴 결말은 언제 닫힐까 쏟아지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자꾸 문맥을 잃어버리고 끝내 마침표를 찾지 못하고 어디쯤에 밑줄을 그어야 하나 좀 더 그럴듯한 결핍을 위해 열렬히 실패하며 스스로 정물이 되어버린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을 필사해도 되겠습니까, 시인동네, 2..

카테고리 없음 2021.08.04

입승과 먹줄 승_박남준

입숭과 먹줄 승 박남준 입승이라 불리며 시작과 끝을 다루는 이가 있다 절간의 결재 철에 선방의 기강을 세우는 책임자를 이르는 말이다 세을 입, 스님 승이라 생각했다 아니다 먹줄 승이다 바르고 참된 것으로 마땅한 점을 찍고 먹줄을 퉁겨 파낼 것은 파내고 남길 것은 남긴다는 먹줄 승이라니 얼마나 곧고 둥근 직선의 말이냐 나 걸어온 길 위에서 맺은 별빛 같은 인연들에도 먹줄을 놓는다면 발자국 소리에 달려올 이름이 얼마나 되려나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걷는 사람 시인선41, 2021 나도 먹줄 승이 되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가 너무 휘어져있어서 힘들 것 같다. 다만 가끔식...먹줄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하고....

카테고리 없음 2021.07.28

배후에 대하여_ 이상국

배후에 대하여 이상국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거기까지가 나의 밖이다 나의 등에는 은유가 없다 손으로 악수를 꺼낸다든가 안면을 집어 넣거나 하는 그늘이다 은신처도 없지만 나의 등은 나의 오래된 배후다 제삿날 절하는 아버지처럼 구부정하고 쓸쓸한 나의 힘이다.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 2021 그는, 아니 우린 참 쓸쓸한 배후를 가진 사람이군요.

혼자의 넓이_이문재

혼자의 넓이 이문재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로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혼자의 넓이가 이렇게도 크다..

쿠바, 트리티나드 기념품 샵의 목각 인형들...

문득, 아름다운 쿠바 여인들이 생각났다. 흑진주처럼 아름다웠던 그녀들은 여자인 내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몸매가 드러나는 화려한 원색 옷이 잘 어울렸고 그녀들은 자신이 아름답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듯 보였다. 삶이 척박하고 힘들어도 음악과 춤을 사랑하던 그녀들의 밝음과 긍정이 생각나는 오늘은 내가 좀 힘이 드는 날인가보다. 언젠가 다시 쿠바로 가는 날이 온다면 아름다운 쿠바를 더 느긋하게 즐기고 오리라 생각해본다.

열흘간 제주 머물기, 세화 바다와 마음 스테이

열흘간의 제주살이를 끝내고 어제 비행기로 집에 돌아왔다. 전날밤의 비바람이 거세서 내일 혹시 집에 못가는 건 아닐까... 라는 얕팍한 내심의 기대가 무색하게 아침에는 조금 흐리고 살짝 비가 흩뿌리는 정도였다. 별탈없이 집에 잘 돌아왔지만 여독이었을까? 집에 오자 마자 거의 기절 수준으로 꼬박 하루동안 잠들었다. 머무는 동안 줄곧 즐겁고 행복했음에도 여독이 있었나보다. 제주에서 열흘은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다. 아름다운 세화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았고 혼자여서 더 좋았다. 머무는 동안 매일 하루에 몇번씩 보러 다녔던 아름다운 세화 바다, 저 물빛에 반해버려서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바닥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바다빛은 다른 색을 보여 주고 날씨에 따라 또 다른 빛을 보여준다. 그래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