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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바다는 사람들을 말린다

맑은 날의 바다는 사람들을 부른다 요며칠 흐림이던 하늘, 오랜만에 맑음으로 햇살이 가득하다. 마침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여 슬슬 걸어서 바닷가로 향했다. 바다가 초록에서 청록색까지 떠올릴 수 있는 색으로 자연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에메랄드 빛으로 유난히 빛나는 바다도 있다. 오일장에서 찐옥수수를 사 옥수수 알갱이를 뜯어 먹어며 보는 바다는 고소하고 달큰하다. 사람들이 뭔가 입에 물고 바다를 보는 건 같은 이유일 것이다.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더한 아름다움과 풍경, 시간들 마음에 담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 시간...

등이 열린 사람- 안주철

등이 열린 사람 안주철 어느 밤이었다 경사가 쌓인 인도를 올라가는 사람의 등을 보고 있었다 어느 밤이었다 능이 열린 사람을 보고 말았다 이 세상의 구멍이 거기에 있었고 나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 등으로 어둠이 들어가고 있었다 셀 수 없었지만 어둠이 그 등을 가득 채우자 등에서 더 짙은 어둠이 쏟아지고 있었다 등이 열린 사람을 보았다 등이 열린 사람이 비탈진 길을 오르고 있었다 _ 어떤 슬픔이 있어 그는 등을 열고 있을까 그는 그의 구멍을 드러낸 채 비탈진 길을 오르고 어둠을 쌓아가고 있을까 먹먹한 슬픔 몇을 마구 삼킨 느낌이다.

바다가 예쁜 마을, 제주 세화리...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보기 드물게 큰 바다새라는 것! 그의 환대가 눈부셨다. 애매한 시간이었을까? 7시에서 8시 사이는? 바다를 나갔다 돌아온 배들인걸까? 아니면 나가지 못한 배일까? 오늘은 흐렸으니... 모래는 은모래, 가늘고 부드러운 보늬같아서 맨발로 밟거나 만져보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간간히 숨었던 해가 구름 구름 사이 얼굴을 내밀기도 했으니 ... 때로 눈부시고 빛이 났다. 바닷가 카페에서 연출한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려나... 바다와 잘 어울리는 멋진 오브제 저 등대가 있는 곳 어디쯤 벨롱장이라는 반짝 아트마켓이 열리는곳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정지 되었지만..... 아침을 낚는 낚시꾼도 만나고 잔잔한 바다에 낚시를 드리운 저 사람, 무엇을 낚으려는 걸까? 하늘과 닮은 ..

터널과 터널_이성미

터널과 터널 이성미 가을로 들어가서 겨울로 나왔어. 길고 긴 기 차처럼 터널은 달라지지 않는 기차인 것처럼 있었지. 서 있는 기차에서 나는 달렸어. 기차처럼 풍경을 뒤로 밀었지. 달리는 것처럼, 의자를 타고 달렸 어. 잠깐이라도 생각을 하면 안되요. 이 어둠에 끝이 있을까. 라는 문장 같은 것. 그런 순서 로 불안을 배열하면 안 됩니다. 기차는 기차니까 길로, 나 는 그전에 늦가을비를 맞았다. 어쩌면 겨울비. 옷은 늦가을 비에 젖어 축축했고 무거웠고. 겨울비 내리던 날이라는 노랫말이 있었지, 가을비가 아니라 이건 겨울비. 그렇게 생각하면 겨울비 노래가 입 에서 흘러나온다. 신발 밑창에 달라붙는, 비에 젖은 단풍잎. 쩍, 쩍, 발밑 을 따라다니는 붉은 단풍잎. 나는 쭉, 쭉, 미끄러지며, 터널을 향해 걸었..

강원작가의 방_ 8th 쉬어가는 일요일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을 읽는 일요일이란... 싱숭생숭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은 책을 읽는 것이 그나마 집중이 잘되는데... 걱정스런 집안 일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운 날, 걱정되는 일이 있어 너무 힘든다는 사람에게 "그 일이 걱정 해서 해결 될 일이냐?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이냐? 그러면 왜 걱정하니?" 라고 물었다는 어느 스님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잘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걱정... 그게 마음이라는 것,

밤의 거리에서 혼자_ 김이듬

밤의 거리에서 혼자 김이듬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길고 좁고 어두운 길에 사람이 엉켜 있었다 포옹인지 클린치인지 알 수 없었다 둘러 갈 길 없었다 나는 이어폰 빼고 발소리를 죽였다 발꿈치를 벼 에 대고 한 사람이 울기 시작했다 야 너무하잖아 지나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 누구 말이 맞는지 가려보자며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멋칫 둘러보니 행인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난 긴장하며 고개 숙여 기다렸다 이 순간 내가 저들의 생 에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나 보다 원투 스트레이트 촌각 의 글러브가 심장을 쳤다 가로등 밑에서 편지를 읽던 밤이 떠올랐다 달을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렇게 씌어 있 던 우린 이어지지 않았다 그 젊은 연인들은 나한테 접근하 다가 둘의 그림자만 거죽처럼 흘리고 갔다 얘들아 나도 불 가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