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휴식- 이영광

shiwoo jang 2007. 9. 11. 22:31

휴식

 

                                    이영광

 

 

봄 햇살이, 목련나무 아래

늙고 병든 가구들을 꺼내놓는다

비매품으로

 

의자와

소파와

침대는 다리가 부러지고 뼈가 어긋나

삐거덕거린다

 

갇혀서 오래 매 맞은 사람처럼

꼼짝없이 전쟁을 치러온

이 제대병들을 다시 고쳐 전장에,

다시 들여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의자에게도 의자가

소파에게도 소파가

침대에게도 침대가

필요하다

 

아니다 그들은

햇볕에 그냥 혼자 버려두어

스스로 쉬게 하라

생전 처음 집 내려놓고

목련꽃 가슴팍에 받아 달고

 

의자는 의자에 앉아서

소파는 소파에 기대어

침대는 침대에 누워서

 

 

 

 한번도 이런 생각 해본적 없다.

의자도 의자에 앉아서 쉬어야하고

소파도 소파에 기대어 쉬어야하고

침대도 침대에 누워 쉬어야한다는  생각을...

인간의 입장으로만,

소모품으로만 사물을 대한 것 같아 죄스러워진다.

적당한 때가 되면 쉬게 할 줄도 알아야겠다.

혼자 두어야겠다

스스로 쉬게 해야겠다.

이 시인의 시선과 마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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