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이정록
짐 꾸리던 손이
작은 짐이 되어 등 뒤로 얹혔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임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끗발 조이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안았다
세상을 거머쥐려 나돌던 소나락이
제 등을 넘어 스스로를 껴안았다
젊어서는 시린게 가슴뿐인 줄 일았지
등 뒤에서 두 손을 얹자 기댈 곳 없던 등허리가
아기처럼 다소곳해진다. 토닥토닥
어깨 위로 억새꽃이 흩날리고 있다
구멍 숭숭 뚫린 뼈마디로도
아기를 잘 업을 수 있는 것은
허공 한 채 업고 다니는 저 뒷짐의
둥근 아름다움 때뭉이 아니겠는가
밀쳐놓은 빈손 위에
무한 천공의 주춧돌이 가볍게 올라앉았다
-산에 오를 때 뒷짐을 지고 오르면 휠씬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고
한 시인이 일러줬습니다. 그래 그렇게 올랐더니
마음이 그래 그랬던지 휠씬 편안하게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가벼운 산행길에선 곧잘 뒷짐을 지곤하지요.
그런데 뒷짐이라는 말 참 재미있지 않나요?
손 둘을 가지런히 겹치고 맞잡아 쥐는 일이 뒷짐이라니요...
가끔 우리말 재미있고 곱다 생각할 때가 많은데요.
뒷짐이란 말도 그래요...
그런데 허공 한채를 업고 다닌다니요.
그래서 천상 시인인가봅니다 이 분....
뒷짐지는 사소한 일에서도 이런 시를 발견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