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를 접어 감추며
생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
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그늘에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
어가랴
주전자 꼭다리처럼 떨어져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날아
간다
- 인간에 대한 연민이 읽히는 시입니다.
이 시인은 참 따뜻한 분입니다. 그리고 어진 분이시지요.
연전에 공식적인 행사를 끝내고 사석에서 뵌적이 있는데요
외모에서 풍겨지는 그 느낌과 지금 이 시에서 읽히는
심성이 어긋나지 않아서 시를 읽으며 시인을 떠올리는
제 마음에도 인간에 대한 외경심이 저절로 생기는데요.
생은 어쩌면 이렇게도 느려터지게 흘러가는 걸까요?
언젠가 하늘 꼭대기 넘어가면
따스한 하늘이 꼬부라지 허리를 쓸어주겠지요.
어쩐지 마음이 짠 해지는 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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